감정평가 없이 당초 처분 유지해도 재조사 결정 기속력에 저촉 안 돼

취득가액을 재조사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경정하라고 결정한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대하여, 과세관청이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평가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취득가액을 재조사하여 최초의 처분을 유지하였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재조사 결정은 원피고가 이 사건 자산의 취득가액으로 주장하는 두 감정가액 모두 (중략) 시가로 볼 수 있는 감정가액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하고 있고, 재조사 결과 이 사건 자산의 취득 당시 시가가 불분명하고, 객관적ㆍ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된 감정가액도 별도로 존재하지 않음이 밝혀졌으므로, 부산지방국세청장 등 관계 행정청은 (중략)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여 이 사건 자산의 취득가액을 산정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부산지방국세청장 등에게 이 사건 자산의 취득가액을 산정하기 위하여 새롭게 감정평가를 의뢰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의 원고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다. 조합은 조합원들이 현물 출자한 부동산의 취득가액을 사업시행계획 인가일을 기준으로 감정평가하여 세무상 비용으로 처리하였다.

그 후 원고는 사업시행계획 인가일이 아닌 관리처분계획 인가일을 기준으로 감정평가한 가액이 세무상 비용에 해당하는 취득가액으로 보고, 과거 납부한 법인세의 감액을 청구하였다.

여기에 대하여 조세심판원은 자산의 취득가액을 관리처분계획 인가일 기준으로 재조사하여 그 결과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라고 결정하였다.

과세관청은 해당 자산에 관한 객관적ㆍ합리적인 감정평가액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세법의 평가방법을 적용해야 하나, 이 경우 원고가 당초 신고한 과세표준 및 세액보다 원고에게 불리하므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납세자의 법인세 감액청구에 대한 거부처분을 유지하였다.

조세심판원은 사실관계 확인 등 추가적으로 조사가 필요한 경우 처분청이 이를 재조사하여 그 결과에 따라 취소·경정하거나 필요한 처분을 하도록 할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을 재조사 결정이라 한다.

이 사건에서 조세심판원은 자산의 취득가액을 관리처분계획인가일 기준으로 재조사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경정하라는 재조사 결정을 하였다.

여기에 대해 과세관청이 감정평가를 하지 않은 채 당초의 처분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재조사 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조세심판원이 위 재조사 결정을 하면서 주문에서 '자산의 취득가액을 관리처분계획인가일 기준으로 재조사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경정하라'고 하였을 뿐 재조사 방법을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평가로 제한하지는 않았다고 판시하면서, 과세관청이 당초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위 재조사 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재조사 결과 자산의 취득 당시 시가가 불분명하고, 객관적·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된 감정가액도 별도로 존재하지 않음이 밝혀졌으므로, 과세관청은 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여 자산의 취득가액을 산정할 수 있고, 이와 달리 자산의 취득가액을 산정하기 위하여 새롭게 감정평가를 의뢰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위 재조사 결정의 주문은 재조사 결과에 따라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경정하라고 한 것일 뿐, 후속 처분의 내용을 감액경정으로 제한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세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불리한 증액경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위 재조사 결정에서 말하는 세액의 경정이 감액경정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조사 결정이 있는 경우, 처분청은 재조사 결정의 취지에 따라 재조사를 한 후 그 내용을 보완하는 후속 처분만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처분청이 재조사 결정의 취지에 반하는 당초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재조사 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된다.

다만, 세법은 감정가액이 있으면 시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과세관청이 감정을 하여 시가를 파악하여야 한다고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과세관청이 시가로 볼 수 있는 감정가액이 있는지 재확인하는 방법으로 자산의 취득가액에 관하여 재조사한 것이 재조사 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또한 재조사 결정의 주문이 "재조사하여 그 결과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한다."라고 하여 반드시 '감액경정'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주문 취지에 따라 재조사한 결과, 당초 처분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면 재조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재조사 결정에서 그 결정의 취지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재조사 결정의 기속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기속력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따라 과세관청이 재조사를 충실히 하지 않을 위험이 있고, 그와는 반대로 과세관청의 과세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감정가액이 있음에도 이를 시가로 볼 수 없어 재조사 결정이 내려진 경우에 그러한 재조사 결정의 기속력의 내용을 구체화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2두6074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