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금 반환해도 후발적 경정청구 할 수 없어

횡령금에 대하여 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한 이상, 해당 횡령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횡령금의 경우 "그 소득에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횡령금의 반환은 양형상의 이익이라는 무형의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이므로 해당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횡령금의 반환이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납세자가 내야 할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냈다면, 그 초과분의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경정청구라고 한다.

경정청구는 세금신고를 한 후 일정한 기간내에서 인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간이 경과하였더라도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세법은 경정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이를 후발적 경정청구라고 한다.

조세법률관계는 조세채무가 성립된 후에는 소급하여 변경시킬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담세력이 소급적으로 소멸하거나 또는 그러한 사실에 대한 공적 확인이 있는 일정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될 필요가 있고, 세법은 그러한 사유들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과세의 기초를 이루는 법률관계가 실체적으로 변동하거나, 판결이나 행정행위를 통하여 과세의 기초가 된 법률관계나 사실상태가 절차상 다른 내용으로 확인된 경우가 그 대상이 된다.

이 사건에서 납세자는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였다. 그 후 과세당국이 횡령금을 납세자의 종합소득으로 과세하였다. 납세자는 이 횡령금을 회사에 반환하고,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였다.

이 사건에서 횡령금에 대하여 납세의무가 성립한 납세자가 해당 횡령금을 피해자에게 반환한 경우, 이를 소득의 상실로 보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원심은 납세자가 횡령금을 반환하였다면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됨으로써 과세의 전제가 되는 소득이 상실된 것이므로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뇌물 등의 위법소득에 대하여 몰수나 추징을 당한 경우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다고 하는 대법원 선례를 고려할 때, 몰수∙추징의 경우와 횡령금의 반환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횡령금의 반환도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뇌물 등의 위법소득의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적 몰수∙추징의 대상이므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으나, 횡령금의 경우 국가에 의한 몰수∙추징의 대상이 아니고 그 반환 여부가 당사자의 의사에 크게 좌우되므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횡령금의 반환이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후발적 경정청구는 당초에 알지 못하였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사유가 과세표준 및 세액 결정 이후에 발생한 경우 이를 정정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 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들이 '당초부터 그러한 사유의 발생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었을 것'을 그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의 내재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타당한지 다소 의문이다.

나아가 설령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후발적 경정청구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더라도, 횡령금에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을지도 다소 의문이다. 횡령금도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일정 요건이 구비되면 몰수 또는 추징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횡령금 역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의 또 다른 근거로, 횡령금의 귀속자가 형사재판에서 해당 횡령금을 반환하는 행위는 양형상의 이익이라는 무형의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이므로 이는 해당 위법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양형상의 이익은 횡령금의 반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므로 이를 소득의 종국적인 실현으로 보기는 어렵고, 양형상의 이익을 이유로 후발적 경정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그 목적과 성질이 전혀 상이한 형사처벌과 과세처분을 결부시키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결국 대법원은 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의 내재 여부를 고려하여야 하는지, 왜 양형상의 이익이 소득의 종국적 실현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구체적 이유는 제시하지 않은 채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를 축소하는 판단으로 나아갔다.

대법원이 납세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판시를 하면서도 그 이유를 합리적∙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1두3534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