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김형준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대법원은 "조항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은 '출연받은 당해 재산의 매각대금'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그 문언과 달리 '출연받은 재산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이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 '출연받은 재산의 운용소득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 등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
세법은 공익법인이 재산을 증여받으면 이를 증여세 과세에서 제외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익법인이 증여받은 재산을 공익목적에 사용하지 않으면 그 시점에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증여받은 재산이 공익목적에 사용된다는 전제에서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전제가 무너지게 되면 더 이상 증여세를 비과세하여야 할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세법은 구체적으로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을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으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학교법인은 증여받은 재산으로 취득한 토지에 빌딩을 신축한 후 나중에 이를 매각하였고, 그 매각대금 중 일부를 자회사에게 대여하는 등으로 사용하였다.
여기에 대해 과세당국은 증여받은 재산을 재원으로 취득한 토지, 빌딩의 매각대금 중 자회사에 대여하는 등 공익목적에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부분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증여받은 재산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은 세법에서 규정한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학교법인은 출연받은 재산을 재원으로 다른 재산을 취득하고 그 재산을 처분하였으므로 이 사건 매각대금은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원심은 그 동안 과세당국의 입장과 동일하게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는 '출연받은 당해 재산의 매각대금' 뿐만 아니라, '출연받은 재산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 '출연받은 재산을 수익용 또는 수익사업용으로 운용하여 얻은 소득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까지 포함되므로 이 사건 매각대금은 위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공익목적 출연재산에 대한 증여세 부과규정의 취지는 공익사업을 앞세워 탈세나 부의 증식 및 세습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출연재산이 공익사업에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
원심은 위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의 의미를 '출연받은 당해 재산의 매각대금'으로 한정 해석할 경우 위 취지가 몰각된다는 것이다. 또한, 원심은 사립학교법 등에 의하면, '출연받은 재산을 수익용 또는 수익사업용으로 운용하여 얻은 소득', '그 출연재산 운용소득으로 새롭게 취득한 기본재산 내지 수익사업용 재산'은 모두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을 구성하여 이에 대한 사립학교법상 관할청의 관리∙감독을 받게 되는 바, 이에 대해서는 상증세법상 엄격한 사후관리의무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출연받은 재산'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세법의 다른 조항들에서의 '출연받은 재산'은 '출연받은 당해 재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항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은 '출연받은 당해 재산의 매각대금'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조세법률주의의 엄격해석 원칙상 공익법인에 대한 증여세 부과사유를 정한 세법 규정은 그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비록 과세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행정편의적인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에 의하여 이를 해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더욱이, 2020. 12. 22. 상증세법 개정 시 "출연받은 재산을 출연받은 날부터 3년 이후 직접 공익목적사업 등에 계속하여 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가 공익법인에 대한 증여세 부과사유로 추가되었는데, 2021. 1. 1. 이후에는 대상판결의 사안과 같은 경우 공익법인에게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또한, 법률의 규정에서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 그 법률 및 규정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함에는 당해 법률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원심은 세법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을 해석하면서 사립학교법의 규정을 검토하였으나, 세법과 사립학교법의 규정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관련되는지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립학교법은 '출연받은 재산을 수익용 또는 수익사업용으로 운용하여 얻은 소득', '그 출연재산 운용소득으로 새롭게 취득한 기본재산 내지 수익사업용 재산' 등이 모두 사립학교법상 관할청의 관리∙감독을 받는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을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이 세법의 '출연받은 재산'의 해석에 왜 고려되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세법상 공익법인에 대한 증여세 부과사유에서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은 '출연받은 당해 재산의 매각대금'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한 대법원의 판단은 조세법률주의의 엄격해석 원칙과 법률의 체계적 해석에 부합하는 것으로 타당하다. 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1두54293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