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이슬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다만,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불복기간이 경과하였으므로 납세자가 취소를 구할 수 있는 범위는 당초 신고한 과세표준 및 세액으로 제한된다.
대법원은 "통상의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액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 취소소송 역시 그 거부처분의 실체적·절차적 위법사유를 취소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심판의 대상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인 존부이므로, 그 과세표준 및 세액의 인정이 위법하다고 내세우는 개개의 위법사유는 자기의 청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한 점, 과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경정청구는 모두 정당한 과세표준 및 세액의 존부를 정하고자 하는 동일한 목적을 가진 불복수단이므로, 납세자로 하여금 과세관청의 증액경정사유에 대하여는 취소소송으로써, 과다신고사유에 대하여는 경정청구로써 각각 다투게 하는 것은 납세자의 권익보호나 소송경제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납세자는 감액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당초 신고에 대한 과다신고사유뿐만 아니라 과세관청의 증액경정사유도 함께 주장하여 다툴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당초 2014년분 법인세를 신고·납부한 뒤, 과세당국으로부터 증액경정처분(부과처분)을 받았다.
세법은 부과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그 처분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불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는 이 부과처분에 대해 90일내에 불복을 하지 않았다. 그 후 원고는 당초 신고한 2014년분 법인세가 과다하게 납부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환급을 청구하였다. 이를 경정청구라 한다.
경정청구는 통상 신고기한부터 5년 이내에 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경정청구 취지는 과거 과세당국의 증액경정처분이 위법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판례는 전통적으로 과세처분의 취소소송과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불문하고 조세소송의 소송물(법원의 심판 대상)을 개개의 위법사유가 아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인 존부'로 보는 이른바 '총액주의'의 입장을 취해왔다.
당초 신고 또는 처분 이후 증액경정처분이 있는 경우에는 당초의 신고 또는 처분은 증액경정처분에 흡수되어 소멸하고 증액경정처분만이 쟁송의 대상이 되고(이른바 '흡수설'), 감액경정처분이 있는 경우에는 당초의 신고 또는 처분의 일부를 취소하는 것으로 보아 쟁송이 대상이 되는 것은 당초 신고 또는 처분 중 감액경정처분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부분으로 보아왔다(이른바 '일부취소설').
그런데 "세법의 규정에 의하여 당초 확정된 세액을 증가시키는 경정은 당초 확정된 세액에 관한 이 법 또는 세법에서 규정하는 권리‧의무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국세기본법의 규정이 2002년 신설되었다.
위 규정의 신설에도 증액경정처분이 있는 경우 ① 종래의 흡수설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와 ② 증액경정처분 취소소송에서 확정된 당초 신고세액이나 고지세액의 취소를 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법원은 ① 위 규정의 시행 이후에도 증액경정처분이 있는 경우 당초 신고나 결정은 증액경정처분에 흡수되어 증액경정처분만이 쟁송의 대상이 되고, 납세자는 그 항고소송에서 당초 신고나 결정에 대한 위법사유도 함께 주장할 수 있다고 하여 종래의 흡수설을 유지하였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6두17390 판결). 또한, ② 위 규정의 '확정'은 불복기간의 경과에 따른 불가쟁력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하고 당초 신고 또는 처분이 확정된 경우 증액경정처분 취소소송에서는 증액경정처분에 의하여 증액된 세액을 한도로 취소를 구할 수 있을 뿐, 당초의 신고세액이나 고지세액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입장을 취하였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두9808 판결). 다툴 수 있는 금액에 한도가 생기나, 주장할 수 있는 사유에는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즉, 증액경정처분의 부과사유가 아닌 당초 신고에 포함된 위법사유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도 일정한 경우에는 흡수설의 예외를 인정한다.
대법원은 납세자가 당초신고 후의 증액경정처분을 불복기간 내에 다투지 아니한 경우에 대하여, 흡수설의 예외를 인정하여 경정청구의 방법으로 당초신고를 여전히 여전히 다툴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12822 판결).
이 판결에서도 종전 판결과 동일하게 판단하였다. 즉, 당초신고 후 증액경정처분이 이루어졌으나 당초신고에 대하여 감액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 당초신고의 위법사유뿐만 아니라 증액경정처분의 위법사유도 함께 주장하여 다툴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 판결에서는 다툴 수 있는 세액의 한도를 분명하게 제시하였다. 증액경정처분에 대해 납세자가 다투지 않은 경우 그 증액된 부분은 불변기간의 도과로 확정되었으므로 여기에 대한 세액은 다투지 못한다. 그러나 당초신고세액 부분은 경정청구가 가능하므로 당초신고세액을 한도로 다툴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납세자의 권리구제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납세자는 당초신고 후 증액경정처분이 있는 경우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불복기간(90일)이 경과하였더라도 당초신고세액의 범위 내에서는 경정청구기간(5년) 동안 경정청구의 방법으로 증액경정처분의 위법사유를 다툴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당초신고세액의 범위 내에서는 불복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1두39997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