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장우진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대법원은 "댓글조작행위 등이 수험생들에 미치는 파급력, 대한민국에서 대학입시가 갖는 의미와 그 중요성 등까지 보태어 보면, 위 댓글 조작행위에 따른 사회적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바이럴 마케팅 용역비를 손금에 산입하여 준다면 이는 법인세법이 위와 같이 위법한 원고의 댓글 조작행위를 용인하는 것으로서 사회질서에 심히 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하급심의 판결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은 대학입시 학원을 운영하고 업체가 용역회사를 고용하여 지급한 용역비가 세무상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학원은 용역회사를 고용하여 바이럴마케팅 용역을 제공하도록 하였다. 바이럴 마케팅은 시장에서 입소문이 나도록 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언급되는 인터넷상에 댓글 달기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학원은 용역업체를 통하여 장기간 조직적으로 경쟁업체 등을 비방하는 게시글, 댓글 등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러한 용역을 하도록 하고 지급한 용역비가 사회질서에 위반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법인세법은 "손비는 이 법 및 다른 법률에서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관련성 및 통상성 또는 수익관련성이 없는 비용은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 이중에서 '통상성' 요건의 해석이 특히 문제되어 왔다.
대법원은 통상성 요건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라 함은 납세의무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을 의미하고, 그러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지출의 경위와 목적, 형태, 액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여기에서 제외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두12422 판결).
이후의 판결은 대부분 위 판례의 기준에 따라 통상성 유무를 판단한다.
법령 등을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이른바 위법비용)이 위 대법원 판례의 기준 중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다투어져 왔다.
대법원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지출한 담합사례금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으로서 통상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두51310 판결).
반면 폐기물처리업자가 특정산업폐기물을 무허가업자에게 매립하게 하고 지급한 비용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6누6158 판결).
여러 대법원 판례들을 종합하여 볼 때, 다음의 2가지 법리를 도출해낼 수 있다. ① 우선, 금전 등의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경우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에 해당한다.
예컨대 위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배상금을 지출하였다면, 손해배상금의 지출 자체는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이 아니므로 손금성을 인정한다(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1두35308 판결).
② 다음으로, 법령 등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이라도, 그것이 곧바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법령 규정에 위반하였는지 여부와 사회질서에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두7608 판결).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터넷 강의 업체가 광고대행회사에 지출한 바이럴 마케팅 용역비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한 비용이라고 보았다. ① 인터넷 강의 시장의 속성을 고려하였을 때 바이럴 마케팅은 수험생들의 학습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②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도록 하는 행위는 교육기회의 평등을 해칠 수 있다. ③ 이 사건 바이럴 마케팅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하였고 형법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④ 인터넷 강의 업체가 광고대행회사에 업무내용을 상세하게 지시하였다.
대상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바이럴 마케팅은 업계의 관행'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배척하였다는 부분이다.
업계의 관행이 있다면,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 해당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주장은 소위 '불법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인터넷 강의 업체가 직접 바이럴 마케팅 행위를 한 것이 아님에도, '그러한 행위를 상세하게 지시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용역비의 손금성을 부인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즉 직접 사회질서에 위반한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상세하게 지시하였다면 그에 따른 용역비 등을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제시한 것이다. 비용의 통상성 요건과 관련된 대상판결의 법리가 이후 다른 판결로써 확립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법원 2024. 10. 8.자 2024두46606 심리불속행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