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25년 업무계획' 간담회에서 밝혀..."소비자 보호·리스크 관리 차원"
"심사기간 2개월, 신속하게 할 것...재무적, 비재무적 요소 등 충분히 검토"
"금융위에 부담 전가할 생각 없고, 모든 책임은 금융당국이 함께 져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보험 인수 심사와 관련해 "소비자 보호나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해 엄정한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5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지주 검사 결과 경영평가등급 산정 시기 관련 질문을 받고 이 같이 밝혔다.
지난 4일 금융지주 관련 정기검사 결과 중간 브리핑 이후 우리금융의 생명보험사 2곳에 대한 자회사 편입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점을 감안, 감독당국으로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이 원장은 이어 "(보험사 인수 심사는) 심사 기간이 2개월이므로 금융위원회가 금융기관을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하기 위해 (금감원 심사 과정을) 신속하게 할 것"이라며 "재무적, 비재무적 요소 등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위에 부담을 전가할 생각은 없고 모든 책임은 금융당국이 함께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2곳 인수 승인과 관련해 금융위가 최종 결정할 사안이지만 감독당국이 금감원이 세부 사항을 철저히 점검해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금융위가 또다시 이를 점검할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인 셈이다.
그는 현재 우리금융지주에서 금감원에 인허가 신청이 들어온 것이 증권사 본인가 건과 보험사 인수·합병(M&A) 건이 있음을 언급한 뒤, "요건상 장애 요소가 크지 않다"면서 "(우선 우리투자증권이) 자기 체질을 확보하는 데 발목을 잡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증권사 본인가라도 좀 더 빨리 진행시켜서 금융권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지주회사의 경영실태평가와 관련해선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 제2절 경영실태평가 제35조(경영실태분석 및 평가)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제3절 적기시정조치 제36조(경영개선권고)에는 금융위원회의 역할이 명시되어 있다.
규정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회사 등의 경영실태를 분석하여 경영의 건전성 여부를 감독하여야 한다. 또한 금융지주회사 등에 대한 검사 등을 통하여 경영실태를 평가(이하 "경영실태평가"라 한다)하고 그 결과를 감독 및 검사업무에 반영할 수 있다.
우선 리스크관리 평가부문에는 ▲이사회 및 경영진의 역할 ▲리스크정책, 절차 및 한도 ▲리스크 모니터링 및 보고 ▲내부통제를, 재무상태 평가부문에는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이 포함되어 있다.
경영실태평가는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의 5단계 등급으로 구분한다. 최종 평가등급 2등급 이상일 경우 어떠한 제재도 부과되지 않지만 3등급(보통) 이하일 경우 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
중요한 부분은 경영실태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사항은 감독원장이 정한다는 항목이다.
지난 4일 금감원은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장검사를 통해 우리·KB국민·NH농협은행에서 총 3875억원(482건) 규모의 부당대출이 확인됐고, 이중 우리은행의 경우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비롯해 총 2334억원(101건)의 부당대출이 확인되는 등 3곳 중 부당대출 규모가 가장 컸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 조직문화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닌, 은행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 문제임이 명확해졌다"면서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도 우리은행 부당대출과 관련해 "기 적발된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350억원 중 대부분(84.6%)이 부실화된 점을 미루어 볼 때,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되고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원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장기간 다수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해 ▲전·현직 본부장과 지점장 등 고위 임직원 27명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사업목적과 무관한 기업대출심사, 사후관리 소홀 등으로 인한 부당대출(1604억원) 중 987억원(61.5%)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된 점 ▲자금용도･상환능력 평가 소홀 등 내규 다수 위반, 퇴직 후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차주사(社) 재취업 사실 ▲차주관계자의 횡령 방조한 혐의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5개월간 미보고해 금감원 검사 및 검찰 수사가 지연된 점 ▲우리금융지주는 자본비율 산출 오류로 건전성 관리 부실한 점 ▲자회사 인수합병(M&A) 추진 과정에서 의사결정(이사회 규정 등) 절차 미흡 등도 들었다.
금융권에서는 이날 이복현 원장의 발언에 비추어 우리금융지주의 증권사 인수는 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생명보험사 두 곳에 대한 자회사 편입 여부에 대해서는 금감원 정기검사 발표 내용을 미루어 상당한 난항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