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싹 다 정리하라'는 전화 받았는데 목적어가 없어서 몰랐다"
홍 "정황상 관련된 보고"…조태용 "보고 없었다"
'尹 쪽지'에…조태열 "받았다" 한덕수 "기억하기 어렵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측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정치인 체포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홍 전 차장은 22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에 출석해 계엄 선포 전후로 윤 대통령, 여 전 사령관과 나눈 통화 내용 등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홍 전 차장 진술에 따르면 그는 계엄 당일 저녁 8시 22분쯤 윤 대통령으로부터 "한두 시간 후에 중요하게 전달할 사항이 있는데 대기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 이후 국정원 청사에서 대기한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TV를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이 국가 핵심 정보기관인데 비상 상황이라는 부분에서 정보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비상계엄이 발효됐는가"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홍 전 차장은 10시 53분쯤 윤 대통령에게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그때 목적어가 없어서 누구를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후 여 전 사령관과 통화를 통해 정치인 체포 지시를 정확히 알기 전까지는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가) 국내에 장기 암약하던 간첩단 사건을 적발했나보다, 그래서 긴급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 체포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좋아했다. 시키는 것 다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체포 대상) 명단을 보니까 그거는 안 되겠더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홍 전 차장은 또 직속상관인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 정치인 체포 관련 보고를 했는지를 놓고도 진실 공방을 벌였다.
그는 "'대통령께서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라고는 보고하지 않았다"면서도 "정황상 관련된 보고를 드렸다"고 했다. 반면 조 원장은 "저한테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제 명예를 걸고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이 일부 국무위원에게 쪽지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의 증언이 엇갈렸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이 직접 쪽지를 준 것이 맞나'라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질문에 "맞다"면서도 "제가 앉자마자 쪽지를 건넸기 때문에 기억 못 하실 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쪽지를 봤느냐'는 백 의원 질의에 "그때 상황이 굉장히 충격적인 상황이어서 전체적인 것들이 기억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쪽지를)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검찰 공소장에 의하면 윤 대통령이 한 총리, 조 장관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문건 지시를 한 것은 오후 10시 43분인데, 이 시간에 김 전 장관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따라서 쪽지를 김 전 장관이 줬다든지, 누가 줬는지 모르겠다든지 하는 것은 완전히 허위"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