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업 '부도 도미노' 위기
세무당국, 세무조사 착수시기 놓고 저울질
국세청의 교차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이 수난의 시기를 맞고 있다.
지방의 건설경기 악화와 미분양에 따른 경영난 심화 등으로 지역의 굵직굵직한 건설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이 늘면서 지역경제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세청으로부터 교차세무조사를 통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업체들은 세무조사 후 시장에서 퇴출위기에 놓이거나 법정관리 대상에 오른 경우도 있어 현재 '암흑'과도 같은 시간을 맞고 있다.
세무당국은 지난해 지역의 대형 건설사 등 사업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교차세무조사를 진행한데 이어 올 들어서도 연초부터 법인사업자에 대해 지방국세청 간 교차세무조사를 이어갔다.
또 지난 1월 고소득자영사업자에 대한 1차 조사를 단행한 이후 3월 말에도 2차 조사가 지방청별로 착수되면서 법인사업자나 개인사업자 등은 쉼없이 이어지는 세무조사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조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교차세무조사 대상에 올라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업체의 경우 세무당국의 조사 후 경영상태가 급격한 하강국면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광주지방국세청 관내의 A업체는 지난 2007년 국세청의 교차세무조사가 착수되기 전까지 수천억원의 매출과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지역에서 소위 '잘나가는 회사'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사 후 수백억원에 이르는 세액을 추징당하고 국내외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휩싸이면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현재는 시장에서 퇴출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교차세무조사에 대상에 올랐다가 올초까지 세무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B업체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관할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세무당국은 업체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지만, 추징세액을 받아 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 세무당국, 정기조사 대상 업체 조사착수 연기?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할 지방국세청도 비상이 걸렸다.
지역 업체들이 앞다퉈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면서 '도미노식 부도' 위기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대형 건설사를 필두로 업체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던 세무당국이 경기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계속해 조사를 진행할 경우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국세청 본청에서는 올 정기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된 대규모 업체들에 대해 '지방청 조사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세정가에서 나돌고 있으며, 관할 지방청에서도 이들 업체들에 대한 정기조사 착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대상에 오른 일부 기업체들도 정기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업체들에 대한 조사 착수시기를 결정하는 것도 세무당국의 고민거리로 보여진다.
기업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라는 칼날까지 들이 댈 경우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방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대상에 오른 업체라도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없다면 업체의 어려움을 감안해 세무조사의 경우 시간적 여유를 줄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지역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최근 들어 지역의 대형 업체들이 연이어 무너지면서 세무당국으로서는 올해 거둬들여야 하는 세수확보도 걱정이지만, 무리한 세무조사로 자칫 지역민의 원성을 살수도 있어 세무조사 착수시기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은 찾아 왔지만, 세무당국이나 기업인들은 여전히 싸늘한 한겨울 눈보라와 맞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