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납세협약 체결 기업 70개로 확대' 방침
백용호 국세청장은 13일 "성실납세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 면제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백 청장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경제정책위원회 초청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가 언급한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받게 될 성실납세 기업은 윤리경영 및 투명경영 그리고 성실신고 수준이 높은 기업, 아울러 국세청과 '성실납세이행협약'을 체결한 기업 등이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총 15개 중견기업과 성실납세이행협약을 체결한 국세청은 올해 말까지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백 청장은 내년까지 수입금액 1000억원~5000억원 규모의 전국 70개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협약을 체결, 세무조사 면제 등 세정지원을 더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소득탈루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백 청장은 이 자리에서 자료상, 고소득 전문직, 역외탈세, 변칙 상속과 증여에 대한 엄격한 세무조사 계획을 천명하면서 "탈세는 반드시 드러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낼 생각"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백 청장은 이날 강연에서 "세무조사에 대한 오해가 있다"며 이를 바로잡으려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가 언급한 오해는 "세무조사를 할 경우 국세청은 반드시 뭔가 과세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법인이 약 4000개 가량 된다고 공개한 뒤 "조사대상 법인 중 7%인 300개 법인에 대해서는 일체 과세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런 오해는 바로 잡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이 세수 측면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고,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성도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며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전체 법인세 35조원 중 상위 1%인 법인이 약 80%를 부담했고, 수입금액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세무조사 후 추징세액이 2007년 190억원에서 2009년 90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는 것이 백 청장의 설명이다.
백 청장은 또 "국민들이 기업에 대해 과거와 다른 시각을 가져주는 게 대한민국 기업의 발전 그리고 기업들을 통한 경제발전에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날 백 청장의 강연에 앞서 전경련 경제정책위원회 위원장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며 "가능하다면 조사기간 연장을 좀 줄여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현 회장의 주문에 백 청장은 "중요한 지적"이라며 "세무조사 연장이나 중복조사에 대한 의견을 제기할 통로(납세자보호관)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앞으로도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백용호 국세청장 초청 조찬강연회에는 약 25명의 재계와 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국세청에서는 백 청장을 비롯해 송광조 조사국장, 조홍희 징세법무국장, 이전환 법인세국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