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외에 '문제 국가'엔 표결권 제한 추진
獨.佛, 강도높은 규제강화 주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를 부추긴 것으로 지목되는 신용디폴트스왑(CDS) 규제를 추진하고 독일.프랑스 등이 채무위기를 악용하는 세력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경고하고 나서는 등 유럽지역의 규제가 속속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재정상의 문제를 초래한 주체에 대해 유로화 지원이나 표결권을 제한하는 등의 강도높은 제재조치를 거론하고 나서 향후 구체화될 대응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시장·서비스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헤지펀드, 사모펀드 및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의 연장선상에서 CDS를 규제하는 입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니에 집행위원은 CDS 규제안이 오는 10월 확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DS는 국공채 및 회사채의 부도 가능성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한 시점부터 대표적인 고위험ㆍ고수익 파생상품으로 부상했으며 그리스 재정위기를 부추긴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조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겸 룩셈부르크 총리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앞으로 CDS 금지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르니에 집행위원은 "그리스 부채와 관련한 (파생상품) 거래 동향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해 유로존 재정위기를 계기로 파생상품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단속이 진행 중이거나 추진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CDS 규제안과는 별도로 이르면 여름 휴가철 이전, 늦어도 휴가철 직후인 9월까지 장외거래되는 파생상품에 대해 포괄적인 규제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파생상품 거래인들)이 양지로 나오기를 꺼리는 만큼 우리가 그들이 숨어있는 구석구석에 빛을 밝힐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고 유로화가 4년래 최저치로 추락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자 축소가 유럽 제1의 목표가 돼야한다"라면서 자신은 금주중 유로권 국가들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독일은 법적으로 재정적자의 법적 상한선을 두는 `유럽판 채무억제장치' 구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독일 언론들이 전했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의 사태와 관련해 유럽 각국 정부가 채무 및 지출에 대한 통제를 한층 강화해야한다는 경고를 보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도 브뤼셀에서 열리는 EU회원국 재무장관에 앞서 "국가채무를 악용하는 세력은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며 강도높은 대응방침을 분명히 했다.
라가르드 장관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자이퉁지와의 인터뷰에서 "재정문제에 대한 제재를 가장 효과적으로 부과하는 방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재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가 돼야하며, 유로화 지원이나 표결권을 억제하는 강도높은 방안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로뉴스 TV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유럽국가들은 최근의 그리스 채무위기를 계기로 구조조정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유로화가 오늘 끝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유럽 지도자들은 당초 유로화 출범 당시의 소명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