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수탁보증제 심사 악용한 8명 구속 등 35명 처벌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유령회사나 부도 직전의 회사의 실적을 조작해 한국수출보험공사의 100억원대 대출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권모(55)씨 등 8명을 구속하고 M무역회사 대표 유모(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령회사 바지사장 임모(47)씨 등 26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유령회사를 설립하거나 부도 직전의 회사 대표를 꾀어 법인간 거래를 한 것처럼 실적을 조작한 서류 등을 8개 은행에 46차례 제출해 수탁보증제 대출금 100억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수탁보증제도에 따라 공사 측이 요구하는 보증신청 서류만 갖추면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가 까다롭지 않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와 시중의 16개 은행간 협약에 따라 운영되는 수탁보증제도는 대출금의 80%를 보험공사가, 20%는 은행에서 부담하며 금융기관이 위임받아 수탁보증서 발급부터 대출까지 직접 처리하고 있다.
노숙자 모집과 자료 조작, 은행 작업 등으로 역할을 나눈 이들은 금융거래와 수출실적, 납세증명 등 서류를 허위로 꾸며 은행에 제출해 건당 1억5천만~2억5천만원을 빌리고서 이자를 갚지 않은 채 폐업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역 등의 노숙자에게 500만~3천만원을 주고 명의를 빌려 유령회사를 만들었고, 빚이 많은 회사 대표에게는 대출금의 20~30%를 주겠다고 꾀어 범행을 공모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액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국수출보험공사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2000년부터 운영된 수탁보증제도의 누적손실액은 1천471억원에 달하며 이중 불법 대출로 인한 손실액은 2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은 대출 때 대출금의 20% 이상을 예치하도록 해 피해를 보지 않았다. 대출사고가 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에 은행은 서류 심사를 형식적으로 해 범죄가 용이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