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세법의 권리확정주의에 대한 예외 인정해 '주목'
부동산을 팔았지만 그 대가를 전혀 받지도 못하고 앞으로 받을 가능성조차 없는데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현실적으로 소득이 없어도 거래가 확정됐을 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현행세법이 채택한 권리확정주의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은 19일 K씨가 양천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과 관련 "과세 대상이 되는 채권이 채무자 도산으로 회수불능이 될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 양도소득세는 부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K씨는 지난 2003년 5월 A씨에게 부동산에 대한 낙찰자로서의 지위를 넘기고 그 대가로 B사가 발행한 3억1500만원짜리 약속어음을 받았다.
그러나 이 어음을 약속된 만기일에 제시해도 지급이 거절됐고, A씨에게 어음을 반환하고 받은 또다른 어음도 지급거절로 돈을 받는데 실패했다.
이와 관련 K씨와 거래할 무렵 A씨는 이미 금융사기를 저질러 갚지도 못할 20억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있는데다 23억원에 이르는 국세와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K씨의 사정이 이와 같았는데도 원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K씨가 부동산을 판매할 무렵 A씨와 B사로부터 판매 대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판단, K씨에 대한 국세청 과세는 정당하다고 판결(2009누5123, 2009.11.18)했다.
그러나 B사의 경우 당시 은행 계좌에 돈이 입금된 실적은 있지만 입금당일 곧바로 인출이 돼 일정기간 잔고가 유지된 적이 없었고, 나아가 2003년 말일로 폐업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지적.
이와 관련 대법원은 "A씨와 B회사에 대한 채권은 양도시기를 보더라도 회수불능이 돼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됐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결문(2009두23785, 2010. 5. 13)에서 "K씨의 채권을 객관적으로 회수불능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이 채증법칙을 위반했거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다시 보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