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 인상시 서민경제 타격…통상마찰 우려"
"술 도수에 따른 과세체계 도입 등 개선 필요"
대규모 재정적자의 해결책으로 정부가 주세(酒稅)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율의 인상보다는 기존 세원에 대한 효율적 관리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한국주류연구원 이종혁 연구원은 27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최근 환경변화와 주류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원은 "정부의 주세 인상은 세제개편에 따른 재정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소비과세 정책 중 하나"라고 전제한 뒤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주세 등의 소비세 인상보다는 기존 세원에 대한 효율적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주세가 인상되면 물가 인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서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수입주류의 세율도 함께 인상, 외국과의 통상마찰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현재 주세는 음주문제 해결을 위한 보건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특별회계에 쓰이고 있다"며 "음주문제 해결을 위해 주세를 인상한다는 (정부의)정책목표도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또 "음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세 인상보다 건전음주 캠페인 등의 교육·홍보가 선행돼야 하고, 주류의 판매시간·장소 및 광고를 제한하는 등 음주에 대한 각종규제 확대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주세 과세체계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연구원은 "주세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높은 도수의 술에는 높은 세율을, 낮은 도수의 술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법 등 도수에 따른 과세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주세법은 외국과의 무역마찰을 고려해 도수가 차이나는 맥주와 소주, 위스키(증류주)가 동일한 세율(72%)을 적용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맥주와 소주의 세율을 낮추는 등 도수에 따른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주장.
한편 조성기 한국주류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이 날 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가 술을 일반재화처럼 생각한다"며 "술 가격이 상승해도 술 소비가 여전히 증가해왔던 통계자료를 살펴볼 때 주류는 가격을 올린다고 소비가 억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주류규제완화와 관련 "규제완화가 과연 주류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규제완화가 능사는 아니며, 필요한 규제는 다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완화가 가짜 주류의 양산을 촉발할 수 있고, 과도한 경쟁으로 영세업체가 도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