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서기관 승진]"인사청탁, 한 건 없었다"

지방청장 등 추천순위 전적 수용-지휘권 '확립'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의 첫 날 단행된 국세청 복수직 서기관 승진인사를 통해 총 41명(기술서기관 1명 포함)의 사무관들이 4급 서기관 반열에 올라섰다.

국세공무원들 사이에서 서기관 승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의 '꽃' 세무서장, 한 발 더 나아가 부이사관(3급) 이상 고위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
   
이번 서기관 승진인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백용호 국세청장 취임 이후 도입한 인사제도 등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신(新)인사제도에 대한 조직 내부의 내성을 한층 더 키웠다는 점이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새로운 인사제도가 안정적으로 연착륙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마련된 새로운 인사제도 등의 '힘'은 국세청의 고질적 병폐인, 인사청탁 등 과거의 잔재를 청산하는데도 효험을 발휘하고 있다는 후문. 이를 방증하듯 이번 서기관 승진인사와 관련한 외부 청탁성 전화 등은 한 건도 없었다는 전언이다.

□ 한 꺼풀 벗겨본, 6.1 서기관 승진인사= 이번 승진인사를 통해 서기관 대열에 합류한 이들은 총 40명(기술직 1명 제외). 본청(국세공무원교육원 포함)에서 18명의 승진자가 배출됐고 서울과 중부국세청에서 각각 9명, 5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나머지 4개 지방국세청(대전.광주.대구.부산)에서 각각 2명씩 승진자가 배출됐다.

40명의 승진자를 출신지역별로 나눠보면 서울.경기 3명, 강원 1명, 충청 7명, 제주 1명 등이었으며 영남과 호남은 각 14명이었다. 특정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전체 승진자 중 영.호남 출신 승진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형적인 국세청式 지역안배가 이뤄진 모습.

임용형태별로는 7.9급 일반 공채 출신 31명, 특채(세무대학, 기타) 3명, 행정고시 출신 6명 등의 분포율을 보였다. 국세청 조직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공채 출신들의 ‘약진’은 이번에도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특별승진자는 5명(정효섭.이화순.김상윤(본청), 천영익(서울청), 신현숙(광주청))이 배출됐으며 1명(김상윤)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일반공채 및 특채 출신에서 발탁됐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다만 전체 승진자 중 8, 9명 이상을 젊고 유능한 인재를 특별승진시켜 채우겠다는 국세청의 당초 방침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특별승진자 선별과정에서 지방국세청장 등이 추천한 특별승진자 '인재풀'이 협소, 다수를 배출해 내는데 실패했다는 후문이다.  

여성 승진자는 3명(이화순, 박영자, 신현숙)이었다. 이 가운데 2명이 특별승진을 통해 서기관 대열에 올라섰다. 국세청 관계자는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보직관리가 허술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반승진을 통해서는 승진자체가 어렵다"라며 "이에 따라 역량 있는 여성 사무관을 특별 승진을 통해 승진시키는 등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 백용호式 개혁 인사제도, 연착륙= 백용호 국세청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지방국세청장에게 사무관, 서기관 승진자 추천권을 부여하고 이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국세청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인사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지방국세청장 등에게 분산, ‘지휘권’을 확립해 준다는 '포석'이 깔린 조치였다. 이번 서기관 승진인사에서도 당초 약속대로 각 지방국세청장 및 국.실장 등의 추천순위를 전적으로 수용했다는 후문.

국세청은 지방국세청장 등이 추천한 승진대상자에 대해 내부 업무평가 등 성과검증 및 감사관실을 통한 강도 높은 자질검증 등을 거쳐 최종적인 승진자를 가려냈다는 전언이다. 

특별승진자들의 경우 인사위원회에서 공적조서 등을 개별 심사하는 한편 감사관실을 통해 공적의 진위여부 등도 철저히 검증하는 등 신중함을 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백용호 국세청장 취임 이후 새롭게 시도된 인사제도가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과거와 같은 '인사 후 잡음' 현상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공정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상당한 진일보를 이뤄냈다는 평가.

국세청 안팎에서는 감사관실을 통한 자질검증 등 승진을 위해 통과해야할 바늘귀가 더욱 좁아졌다는 '푸념'섞인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의 인사제도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다면 승진 연한이 차도 승진할 수 없다는, 인사권자의 확실한 메시지를 심어준 것으로 풀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승진자 발표 늦어진 이유는?= 승진자 명단 발표와 관련해, 결과적인 측면만 놓고보면 국세청이 당초 약속했던 시일(6월1일)은 지켜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승진자 발표 시점을 전후해 국세청 안팎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늦어도 5월28일에는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국세청 인사파트에서도 당초 주말(5월29일-30일)에 앞서 명단을 발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5월31일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마감일을 앞두고 승진자 발표를 하게 될 경우 자칫 신고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아래 발표일을 부득이 연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지난 31일 밤, 미뤄왔던 인사위원회와 보통승진심사위원회를 연달아 열어 최종적인 심사를 거쳐 승진자 명단을 확정하는 한편 발표시점을 정하는 등 숨가쁜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승진인사의 속성상 승진자보다는 탈락자가 많을 수밖에 없고 신고마감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승진좌절에 따른 실망감 등으로 사기가 저하되면 그 피해는 납세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 하에 부득불 승진발표 시점을 늦추게 됐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