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은 민주-"소득.법인세 인하 철회", 감세기조 '흔들'
죄악세(Sin Tax)도입 논의 등 수면 아래로 내려갈 듯
지난 6월2일 실시된 지방선거가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참패'로 귀결되면서 집권 하반기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의 향후 경제정책 추진이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4대강 사업, 세종시 등 역점 과제는 물론 금리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 등 민감한 경제현안의 본격적인 추진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두고 있었다.
지방선거가 여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면 많은 논란거리를 머금고 있는 정책추진이 '순풍'을 탈 가능성이 높았지만, 선거 패배로 인해 이 같은 순풍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특히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民心)'을 토대로 제대로 힘을 받은 민주당 등 야당과의 충돌은 정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그 동안 견지해 온 정책추진의 방향성 자체가 흔들려버릴 경우 자칫 조기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엄습해 올 가능성도 높은 형편이다.
경제정책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조세정책'이다.
이명박 정부가 고수해 온 감세기조가 제대로 지켜질지 여부가 최대 관건. 잠시 미뤄둔(2012년 시행)소득세, 법인세 최고세율 추가인하, 주세 및 담배소비세 인상 등 이른바 죄악세 도입 추진 등 굵직한 조세정책 현안들은 정국변화의 영향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 '힘' 받은 野, 커지는 '반발'-MB택스(Tax)노믹스 흔들리나= 격심한 '부자감세'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시행이 2012년 이후로 유예된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의 핵심 중 핵심이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책추진이 가능할지 여부가 됐다.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철회를 공약으로 내세운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반발력'은 지방선거 승리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시행이라는 측면에서 반발력을 누그러뜨릴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지만 지속적인 정치적 논란은 이명박 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요인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한나라당 등 여당의 입장에서도 고집스런 정책의 추진이 2012년 국회의원 선거 등 정치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측면뿐만 아니라 재정적 측면에서도 문제다.
특히 지방선거를 통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운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약진하면서 무상급식에 필요한 재원(복지재원, 연 1조5000억원∼2조원 소요 추정)마련을 위해서도 대규모 세수 감소를 불가피한 소득·법인세율 인하에 대한 '반대심리'는 더욱 농도가 짙어질 수도 있다.
□ 서민증세 논란-'죄악세' 무산되나= 서민증세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대다수 서민들을 '짜증'나게 말들었던 죄악세 도입은 지방선거 패배로 전면 철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정확보를 위한 차원에서 술과 담배 등 외부불경제 효과가 큰 기호품에 대한 간접세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었으나 '민심'을 얻은 야당의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정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서민증세 논란이 지방선거의 표심에도 상당부분 반영이 됐다는 점은 정부의 태도를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어 놓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리한 조세정책 추진이 만들어 낸 민심 이반 현상을 제대로 목격했기 때문에 정부의 보폭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수 확보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숨은 세원 발굴과 비과세, 감면 정비 작업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과세, 감면 정비는 기업과 야당, 이익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선택의 폭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세부담과 관련한 논란은 자칫 '국론분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포퓰리즘' 조세정책 쏟아내나= 현실적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민심수습 차원에서 포퓰리즘 성격의 조세정책을 쏟아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집권초기 펼쳤던 강도 높은 감세 드라이브를 통해 활용 가능한 '카드'를 상당부분 소진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의 패배로 다급해진 정부가 포퓰리즘에 치우친 조세정책들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7.28 보선에서마저 패배한다면, 문제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 패배를 지나치게 의식, 포퓰리즘 정책으로 노선을 선회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조세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포퓰리즘의 개입을 최대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용확대 및 재정건전성 확보 등 경제의 펀더멘탈을 강화하는 정책들은 일관되게 추진하되 논란만 일으키는 '밀어 붙이기식' 추진방식을 버리고 중요 정책 추진시 국민에 대한 설득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경제전문가는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을 펼친 바가 없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현재의 정책기조에서 벗어나지 않고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죄악세 등 소비세 인상 등 조세정책은 야당과 여론에 밀려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