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비과세·감면 건의-'기존제도 폐지안' 제출해야
"종부세 재산세 전환-납세자들의 세부담 증가 없도록"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 대대적인 감세정책이 발표된 데 이어, 지난해 친서민정책과 함께 고소득자·대기업 중심의 세수확보 방안 등이 제시됐다.
이명박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올해는 어떤 정책기조의 세제개편안이 등장하게 될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귀결되면서 정부의 조세정책은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생한 43조원이 넘는 재정적자와 19.7% 수준의 낮은 조세부담률 등으로 조세정책 측면에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는 '과감한 비과세·감면 축소'를 꼽고 있다.
조세형평성 제고를 위한 비과세·감면 축소는 정부가 매년 조세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되풀이하고 있는 '슬로건'이지만, 시원하게 실천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남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내년 전면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과 관련한 세법개정은 물론, 종합부동산세의 재산세 전환 등 굵직한 이슈들도 올해 어떤 세부방안이 확정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9일 우리나라 조세정책 입안의 총 지휘자인 주영섭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으로부터 올해 세제개편안의 주요 이슈에 대해 들어봤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 3년차에 들어섰다. 올해 조세정책의 목표와 역할이 지난 2년과는 어떻게 달라지게 될 것인가?
= 현정부 출범 이후 세제측면에서 경제위기 극복,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 경감을 통한 민생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이 많이 이뤄졌다. 또 과세정상화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이런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다만, 최근 남유럽의 재정위기를 대표하는 'PIIGS 국가들' 사태에서 보듯이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등을 통한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경제운용의 최우선 목표가 '일자리 창출'인 만큼 고용친화적인 조세정책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세정책의 핵심 목표가 '재정건전성'인 것 같다. 재정건전성은 향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조세부담률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19.7%로 선진국(OECD 평균 36.4%)에 비해 높지 않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OECD국가들이 평균적으로 조세부담률이 하락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상승하고 있고, 속도도 빨라 국민들이 체감하는 조세부담률 수준은 높은 편이다.
또 중국, 인도, 대만, 싱가포르 등 주변 경쟁국이 우리보다 낮은 조세부담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조세부담률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 조세부담률을 어느 수준으로 가져갈지 여부는 재정운용여건, 조세부담률의 과거 추이와 향후 전망, 인접국의 조세부담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얘기다.
□올해 비과세·감면제도 축소와 관련된 정부의 원칙은 무엇인가?
= 일단 신규감면제도를 최소화하고,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제도를 중심으로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지원목적이 달성됐거나 이용실적이 미미한 제도, 조세원칙이나 국제기준에 배치되는 제도가 폐지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탄소 녹색성장, 일자리 창출 등 주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비과세·감면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유지할 예정이다. 또 각 부처에서 신규감면을 건의할 경우 기존 또는 유사한 제도의 축소를 추진하며, 폐지안을 함께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내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과 관련된 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어떤 내용에 중점을 두고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가?
= 기본적으로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면 세금도 동일하게 부과돼야 한다는 기본 원칙 하에 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담 차이가 미미하거나 변경된 회계기준이 기업의 경제적 실질을 기존보다 더 잘 반영할 경우에는 회계기준을 적극 수용해 기업의 세무조정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개편 방안은 올해 상반기 중 대외적으로 발표한 후 올해 안에 관련 세법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올해는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로 전환하기로 목표한 해이다. 어떤 방안이 제시될 것인지 궁금하다.
= 현재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 관련부처, 조세연구원 전문가 등과 T/F를 구성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현재의 재산세와 종부세 납세자들의 세부담 증가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지방자치단체간 재원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자치단체간 통합 보유세의 배분체계를 재조정할 계획이다.
종부세의 지방세 전환은 작게는 과세체계가 다른 두 개의 세목을 하나의 과세체계로 통합하는 문제이고, 크게는 우리나라 보유세제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재정건전성, 세부담 형평성 등이 고려돼야 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향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어떤 조세정책이 추가로 제시될 수 있겠는가?
=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0 고용회복프로젝트'를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에 고용기준을 도입하고, 해외진출기업이 국내로 유턴하는 경우 외국인투자기업 수준의 세제지원을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세입예산이 170조5000억원 수준인데, 향후 세입여건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 최근까지의 세수실적(1분기 국세실적 43조6126억원)을 감안할 때 올해 세입예산 달성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확한 전망은 종합소득세나 제1기 부가가치세 신고실적이 나오는 7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