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대출-해외사용 용도로 제한
외화유동성비율, 중장기 재원조달비율 규제 강화
국내은행 및 해외은행 외은지점 등의 선물환포지션에 대한 한도가 신설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높았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내용의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을 13일 발표했다.
정부는 "경기가 좋을 때는 해외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됐다가 경제여건이 악화되면 급격하게 유출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졌다"며 "은행의 과도한 단기 차입을 줄이고, 불요불급한 외화수요를 억제하는 한편, 은행의 외화부문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국내은행 및 증권, 종금사에 선물환포지션(선물, 외환, 통화스왑 등 모든 파생상품 포함) 한도를 전월말 자기자본의 50%(잠정)를 한도로 신설, 운영하기로 했다. 외은지점에는 4월말 외은지점의 선물환포지션 평균 301%를 감안해 250%(잠정)로 한도를 설정했다.
은행은 현재 현·선물환이 모두 포함된 종합포지션(현물환·선물환포지션의 합계를 자기자본의 50% 이내로 유지)만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선물환을 매입하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현물환을 매도하면 사실상 선물환을 제한없이 매수할 수 있었다.
예컨대 조선사·자산운용사 등이 환율하락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미래에 받을 수출대금을 은행에 매도해왔는데, 이러한 방식의 선물환매입이 단기외채 증가로 이어져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시스템리스크를 증가시켰고, 결국 이런 비용은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전가됐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선물환을 매입한 은행은 미래에 달러를 받는 시점에 환율이 하락할 경우 손해를 보게 되므로, 선물환을 매입한 시점에서 달러를 차입해 이를 매도하고 추후에 달러를 받아 차입금을 상환해왔던 것. 이로 인해 2006년~2007년 총외채 증가금액 1953억불 중 약 절반 정도가 국내은행 및 외은지점의 선물환 매입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선물환매입 한도를 급격하게 축소해야 하는 은행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 후 3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기존거래분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또 시장불안 심리에 따라 외화유동성 여건이 악화되는 경우 '관계기관합동 점검반'을 운영해 외화유동성 공급 등의 보완조치를 병행할 방침.
또한 정부는 외화대출을 축소하기 위해 신규 외화대출에 대해 원자재 수입 등 대외결제, 해외직접투자, 외화차입금 상환 등 해외사용 용도로만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도 원칙적으로 외화대출은 해외사용 용도로만 허용됐으나, 예외적으로 시설자금에 한해 국산시설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대출이 허용돼왔다. 단, 중소 제조업체의 국내 시설자금에 한해 기존 대출잔액 범위내에서 외화대출을 허용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외화대출 증가율이 클수록 감독수준을 높여가는 단계별 대응방안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1단계는 창구지도 실시, 2단계는 외화대출 증가에 대한 집중점검, 3단계는 은행의 외화비상계획 집중 점검 등으로 감독수준을 강화하는 방식.
이와 함께 국내은행에 적용하고 있는 외화유동성비율 규제와 중장기 재원조달비율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국내은행은 외화유동성 비율을 매일 관리하고, 그 현황을 금융당국에 매월 보고해야 한다. 또 중장기 재원조달비율(1년초과외화차입금/1년이상외화대출)을 산출할 때 분모에 외화만기보유증권을 포함하고, 비율을 90%이상에서 100%로 유지해야 한다.
외은지점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외화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유도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 또 외은지점의 본점이 유동성 지원 확약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통화별 유동성 리스크 관리 이외에는 적용이 면제된다.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에 모두 적용되는 있는 외환파생거래 리스크 관리기준에 대해서는 선물환거래 한도를 실물거래의 125%에서 100%로 하향 조정해 실수요 이상의 선물환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국제금융센터 내에 '자본유출입 모니터링본부(가칭)'를 설치해 정보의 통합·분석, 위기예측모형 운영을 통해 상시적･종합적으로 자본유출입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급격한 외화유출시 외환보유액에 대한 보충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국투자공사(KIC), 국민연금 등의 외화자산을 확충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오는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을 Korea Initiative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 일환으로 국제통화기금(IMF)는 예방적 대출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IMF,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국제기구와 공조체제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