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기조 유지, 초심으로 돌아가야"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세법학의 전문가로 꼽히는 이전오 성균관대 교수(사진)는 이명박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해 "장기적인 비전없이 여론을 의식했다"고 지적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모토로 하는 감세정책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16일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테마인터뷰에서 정부가 세계적인 흐름과 동떨어져 가장 높은 세율 구조를 갖고 있는 상속·증여세율 인하를 추진하지 못하고, 2008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후에도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로 통합해 보유세제를 정상화시키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재정건전성 문제는 정부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세출에 대하여 철저하게 통제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각종 비과세·감면 조항들도 일몰이 도래하면 가급적 연장하지 말고 조세원리에 충실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난 1997년 영국에서 시작된 'Tax Law Rewrite Project(세법 알기쉽게 고쳐 쓰기)'처럼 우리도 납세자의 권익을 위해 조세체계를 합리적·논리적으로 개편하고, 세법을 이해하기 쉽게 전면 재정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MB정부 조세정책 리뷰…"경기침체 신속한 대처 잘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에는 지난 정부와의 차별성을 두드러지게 하면서 '작은 정부'와 '활기찬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활성화와 성장동력의 추진에 우선가치를 두고 감세를 목표로 하여 거의 모든 세목을 조정하였으며, 목적세 정비나 양도소득세 정상화를 비롯해 조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여러 가지 개선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집권 2년차에 들어서면서 중도실용노선을 국정운영방향으로 잡고,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감세정책을 유보시키고 재정건전화에 무게를 두면서 세제를 미세하게 조정하거나 합리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 교수는 MB정부의 전반적 조세정책에 대해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감세정책을 다른 재정정책과 더불어 유용한 정책적 잣대로 활용함으로써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경기침체 상황을 신속하게 극복하는 데에 기여한 것은 잘한 점"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부가 목적세를 정비하고 양도소득세를 정상화시키며 법인세율을 인하한 것 등은 조세원리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동향에도 맞는 조치"라며 높은 점수를 줬다. 

□ "장기적 비전 없이 여론 의식한 조세정책" 일침= 다만 정부의 조세정책이 장기적인 비전이나 계획 없이 그때 그때의 경제여건이나 여론 동향에 맞춰 수립하지 않았는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MB정부의 본질적 성격에 비춰 보면 '감세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배분적 정의의 후퇴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의 확충을 가져와 후대의 더 큰 발전을 가져온다'는 확신을 가지고 국민에게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면서 일관된 정책을 추진했어야 옳은 방향이었다는 것.

그는 "부자 감세 논란 속에 금방 정책기조를 포기해 버림으로써 지금에 이르러서는 애당초 의도한 감세의 효과를 찾아보기 어렵고, 초기에 왜 그런 정책을 추진하였는지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들어 버렸다"며 "장기 비전과 계획 없이 지나치게 여론을 살피는 조세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진 채 전 세계적으로 거의 가장 높은 세율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속세와 증여세율의 인하를 추진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후에도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로 통합하여 보유세제를 정상화시키지 못한 것 등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 향후 정책방향은…"감세 기조 유지, 재정건전성은 별도 통제"= 말로는 감세와 재정건전성을 모두 고려한 조세정책을 펴 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감세와 재정건전성은 서로 상충되는 가치 내지 실천과제이기 때문에 양자를 꼭 같이 고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MB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모토로 하는 감세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재정건전성의 확충은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감세의 유보나 징벌적 조세제도로의 회귀를 통하여 재정건전성을 달성하려고 하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문제는 "정부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세출에 대해 철저하게 통제하는 방법으로 도모하고, 각종 비과세나 감면 조항들도 일몰이 도래하면 가급적 연장하지 말고 조세원리에 충실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알기 쉬운 세법' 제대로 만들어보자= 향후 MB정부가 새롭게 추진할 정책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그는 "MB정부는 당장 단기적으로 효과가 드러나는 조세정책이 아니지만 진실로 납세자를 위하고 납세자의 권익을 지향하는 장기적인 조세정책을 발굴해 그 단초를 열어가기 바란다"며 "이는 역대 어느 정부도 그런 일을 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1997년에 시작돼 아직도 진행중인 'Tax Law Rewrite Project'를 예로 들면서 납세자의 권익을 위해 현행 조세체계를 합리적·논리적으로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세법을 이해하기 쉽게 전면적으로 재정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알기 쉬운 세법 만들기'에 대한 단발적인 시도는 있었다. 그러나 많은 예산과 인원이 필요하고, 최소 5~10년을 요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는 "먼 장래에 가서야 효과가 나타나는 정책이기 때문에 현 정부 입장에서는 선뜻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현행 조세법 체계나 조세법령의 난해성 때문에 납세자가 겪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하루빨리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그런 모범을 보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