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정부는 사상 초유의 고유가 대책을 해결하기 위해 '유가환급금'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1500만명에 달하는 국민에게 3조원 가까운 세금을 나눠준 혁신적 조세제도였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뒷 얘기가 있다.
근로자와 자영업자는 각각 연소득(총급여, 종합소득)이 3600만원, 2400만원 이하일 경우에만 유가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명시돼 있었다.
즉 유가환급금을 받았다는 것은 매월 200~300만원을 못 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자랑하기도 민망하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이 제도는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다가 완전히 폐지됐다.
근로자가 혼인이나 장례, 이사를 할 경우 각각의 비용을 1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던 제도 역시 연봉 2500만원 이하일 경우에만 적용됐다. 이 제도는 2005년부터 시행되다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09년부터 사라졌다.
이와 함께 올해 연말정산부터 월세 세입자들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제도 역시 근로자의 소득 한도가 정해져 있다.
월세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연봉(총급여)이 3000만원 이하의 부양가족이 있는 무주택 세대주 근로자로서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임차하기 위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런 조건을 충족할 경우 연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월세 금액의 40%를 연말정산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연봉이 많거나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넓은 집에서 살고 있는 근로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한 것.
실제로 연봉 3000만원이 안되는 근로자가 최대 300만원 한도의 월세 소득공제를 받는다고 해도 연말정산을 통해 가져갈 수 있는 세금을 계산해보면 얼마 되지 않는다.
매월 62만5000원(연간 750만원)의 월세를 지급하고 나서 수만원의 환급액에 기뻐할 근로자가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다.
정부는 이러한 제도를 발표할 때마다 '서민·중산층을 위한 세제지원'이라는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실효성이나 수혜계층의 체감 효과 등에 대해 좀 더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고, 수요자의 입장에서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