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투공제 등 비과세·감면 축소 필요"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

최근 수년간 정부의 조세정책 발표에 앞서 가장 많은 연구보고서를 내놓고 있는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사진)은 17일 "올해 일몰을 맞는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이날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테마인터뷰를 통해 "(비과세·감면 축소는)전반적으로 납세자의 부담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조세구조를 단순화하고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방안"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정부가 추진하려다가 무산된 술·담배 과세 강화와 미용 성형수술 부가가치세 과세 문제를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결국 시행되지 못한 것은 정부가 국민들과 충분한 교감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향후 이명박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해서는 "근로활동과 복지활동을 연계하는 차원에서 조세정책 수단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MB정부 초반 감세정책…"경제성장에 큰 기여할 것"=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로 여겨졌던 감세정책에 대해 후한 점수를 내렸다.

그는 "감세정책은 가능한 한 정부규모를 작게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민간부문을 활성화시켜 전반적 국민복지를 높이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출발했다"며 "2008년 이전의 좋았던 세수실적과 기업유치를 위한 국제적 경쟁강화는 이러한 정책추진의 직접적 근거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08년 후반 발생한 금융위기와 그에 이은 경제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체제가 완전히 바뀐 것과 유사한 영향을 재정정책에 미치고 있다"며 "경제위기라는 큰 충격과 나빠진 재정여건으로 일정부분 조정이 필요했는데, 이것이 정책방향의 오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세정책의 효과와 관련해서도 "정책의 유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세율인하와 같은 항구적인 감세정책은 재정지출과 같은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오랜 기간 지속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정책이므로 향후 정상적인 경제성장과정에서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 술·담배 과세에 대한 아쉬움…원인은 '국민 교감 부족'= 지난 2년간 가장 아쉬웠던 정책으로는 정부의 술·담배 과세 강화와 미용 성형수술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방안을 소개했다.

그는 "술·담배에 대한 과세는 이에 대한 소비가 주변 사람들의 관계와 당사자의 건강 등 사회적으로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적절히 과세될 필요가 있다"며 "미용 성형수술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도 단순하고 효율적인 구조를 형성해야 조세회피 유인을 줄이고 낮은 세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들이 국민들과 충분한 교감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되어 시행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고, 조세정책들을 평가함에 있어 '부자 감세' 등 한쪽 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접근으로 균형잡힌 시각에서의 평가기회를 놓친 것도 안타까워했다.

그는 "국가를 위해 많은 조세부담을 지는 계층에 대해서는 존경을 보내고 이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세율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다른 사람들도 일정부분 낮은 부담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지출을 조달하는 것이 조세정책의 목적임을 인정한다면, 모든 국민이 납세부담을 나누려는 자세와 함께 기여를 하는 계층에 대한 배려도 더욱 중요하다"며 "향후에는 이러한 점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 실장은 덧붙였다.

□ 재정건전성 회복 위해 임투공제 등 비과세·감면 축소 필요= 향후 MB정부가 풀어야 할 정책방향으로는 단기적으로 악화된 재정건전성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과거 외환위기가 기업부채에 그 원인이 있었다면 미래에는 정부 및 가계부문의 부채가 잠재적인 위기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세계 금융의 중심에 속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보다 엄격한 재정수지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재정건전성의 회복을 위해서 이미 이루어진 세율인하 수혜자에게 적용되고 있는 비과세·감면 축소가 중요하다"며 "전반적으로 납세자의 부담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조세구조를 단순화하고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매년 연장되고 있는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의 비과세·감면제도 축소가 필요하며, 제도변경과정에서 나타나는 이해집단의 반발도 잘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최근 재정효율화 차원에서 선진국들에 나타나는 근로활동과 복지정책의 연계라는 차원에서 조세정책 수단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재정지원보다는 근로활동과 연계한 지원프로그램을 구성함으로써 복지지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동 정책에 대한 국민적 동의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