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도 잘했지만, 허정무 감독도 잘했다"=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6일 개최됐다. 이 날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 및 국세청장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다.
안원구·위장전입·다운계약서 의혹-"찻잔 속 태풍"
'김' 빠진 질문-원론적 답변, 정책검증 '실종'
애초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170조원에 달하는 국고수입을 책임져야 국세청장 후보자로서 이 후보자가 가진 자질과 능력, 철학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본래의 도입취지와는 달리 '정쟁의 장(場)'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인사청문회였다.
이 날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안원구 前국장 사퇴종용 압력행사,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에 대한 날선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의혹의 수준을 벗겨낼 만큼의 임팩트는 빠져 있었다.
청문회가 종료될 무렵 야당 의원들은 안 前국장의 친형 안원호 씨에 대한 세무조사 및 안 前국장 부인인 홍가인씨가 운영하는 가인갤러리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사실을 문제로 삼았지만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얻어내지 못했다.
또한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짧은 시간 동안 승진가도를 달려온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의혹제기' 수준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당초 이 후보자와 관련해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한 논란은 '찻잔 속 태풍'에 머물렀다. 국세청 수장으로 올라서게 될 이 후보자의 도덕성에 작은 '흠집'만을 냈을 뿐, 흐지부지 마무리 된 것이다.
야당 의원들과는 달리 여당 의원들은 자질과 능력 검증에 무게를 둔 모습이었다.
그러나 다소 김 빠진(?) 질문으로 일관했고 이 후보자 또한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을 반복, 자질과 능력, 철학을 심도 있게 검증해내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이 후보자는 국세청 내부의 인사문제를 포함한, 국세청 운영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원칙에 어긋나는 인사는 절대 하지 않겠다"며 2년 조기명예퇴직 제도의 부정적 운영 소지도 척결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무조사 행정 및 정치적 중립 유지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법과 원칙이 바로서는 행정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세무조사는 성실신고 담보기능에 충실하도록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 날 청문회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은 "내부승진 국세청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히딩크(해외파) 감독도 잘했지만, 허정무(국내파) 감독도 잘했다"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감독 선임시 국내파인 허정무 감독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허 감독은 이 같은 세간의 의문을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물로 해소시켰다.
이 후보자도 모두발언을 통해 밝힌 "법과 원칙이 바로선 반듯한 국세청"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해야만 하는,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게 될 전망이다.
그래야만 자신을 포함한 내부승진 국세청장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 인식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