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추진, 부정적 인식 확산 '우려'
유상증자 난항, 대주주 성격 탓?
우리금융과의 대등합병을 추진 중인 하나금융이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났다. 하나금융 최대 주주인 테마섹이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며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는 금융권 안팎의 부정적 평가와 함께, 테마섹의 행보가 하나금융의 M&A 추진에 불확실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M&A에 부정적 인식"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하나금융의 주가는 7%를 넘어서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 주가는 우리금융과의 합병 이슈 및 양호한 실적 기대감으로 지난 15일 3만7000원대까지 상승했지만 테마섹의 지분매각 소식에 3만2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하나금융 최대 주주인 테마섹은 전날 장 마감 이후 블록세일 방식으로 하나금융 지분 9.62%를 3.5% 할인된 가격에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테마섹의 지분매각은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 불과한 행보인 만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테마섹의 투자방향이 당초 금융주에서 에너지산업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테마섹이 하나금융의 지분매각과 동시에 스탠다드차타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M&A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동부증권 이병건 연구원은 "테마섹이 에너지섹터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금융 지분을 매각해 SC에 투자하는 것은 하나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M&A에 부정적 시각으로 인식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테마섹의 행보가 하나금융의 대주주 구성이 여타 금융지주사에 비해 취약하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마섹이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하나금융의 5% 이상 대주주는 8.66%를 보유한 GS Dejakoo, 8.19% 보유한 국민연금, 7.13%를 보유한 AllianceBernsterin 등이다.
이 연구원은 "문제는 골드만삭스가 보유 중인 하나금융 지분이 우리은행 등 국내은행 차입을 통한 투자였다는 점에서 장기투자 목적이라기보다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로 보인다"며 "하나금융이 여타 경쟁사에 비해 증자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대주주의 성격 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금동원력 1조원 미만?
시장 전문가들은 테마섹과의 결별이 하나금융 주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우리금융과의 M&A 성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교보증권 황석규 연구원은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하나금융과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슈화는 되지 못하고 있다"며 "설령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의 합병가능성이 낮아지더라도 주가 할인요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우리+하나금융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시장의 의구심은 하나금융의 취약한 자본력에 기인한다. 하나금융 측은 정부와 지분 일부를 맞교환 하는 형태로 합병을 추진하는 만큼, 증자가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M&A에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채 1조원에도 못미친다"며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 2조원 이상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하나금융 측 주장대로 자금조달이 필요치 않기 위해서는 경남·광주은행 등 우리금융에서 떼낼 수 있는 자회사를 모두 매각하고, 정부에 우리금융 지분 매각 이후 20% 이상 지분이 남아있는 것을 용인해야 하는 등 제약요건이 적지 않다"며 "이 과정에서 특혜시비는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우리+하나 합병에 대한 금융권 안팎의 부정적 시각도 부담이다.
지난 18일 열린 예금보험공사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이상헌 의원은 "하나금융이 무려 8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한 우리금융 인수전에 2조원대 자금으로 인수전에 나섰다"며 "이는 '일정수준 이상의 지분매각 또는 합병방식을 취하고 민간의 책임경영이 가능한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방침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내 은행간 합병은 영업행태나 자산구성이 유사하고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인 점을 감안할 때 구체적 수익모델 대안이 없는 대형화는 기업가치 및 경쟁력 저하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