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 완화를 필두로 세계적 '유동성 쓰나미'가 예고된 가운데 우리 정부의 대책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직후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세 원천징수제도 부활을 시작으로 외국은행 국내지점 선물환 규제 강화, 은행부과금(bank levy) 도입 등 3대 방안을 차례로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홍수'에 따른 자산 거품이 불 보듯 뻔하고 원화 절상으로 수출 경쟁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이자 정부는 외화 차입시장만 겨냥했던 지난 6월의 대책으로는 부족해 추가 대책을 준비해왔다.
◇자본유입 규제, 채권시장으로 확대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원화 값이 떨어지는 가운데 달러 홍수도 예상되자 정부는 자본유입 규제 대상을 채권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지난해 말 56조4천억원이었으나 9개월 만에 18조2천억원 급증, 9월 말 현재 74조6천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채권은 99%가 국채와 통안채(통화안정증권)이다.
정부는 정책 일관성과 대외 신인도 문제가 있지만 거시건전성 유지가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를 부활하기로 했다. 특히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정부 입법이 아닌 의원입법 형식으로 외국인의 국채와 통안채 투자에 대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다만 지난해 4월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신설한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특례 조항을 단순히 삭제하는 대신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탄력세율 제도로 바꾸면 정부가 실제 적용되는 세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빠르게 조정할 수 있다. 또 잔존 만기 1년 미만인 채권에만 과세하는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운용할 여지도 있다.
아울러 정부는 외국인의 채권 투자에 따른 이자소득은 법률상 세율(14%)보다 낮은 조세조약상 제한세율(미국 12%, 영국.일본.독일 등 10%)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탄력세율의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국회에서도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문을 통해서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만큼 당정협의 등을 거쳐 원만히 처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외화유동성 규제에 대해 신흥국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바뀌었고 최근 브라질이 채권 투자에 대한 세금을 6%로 올리고 태국도 15%로 상향 조정한 바 있어 우리 정부가 비과세를 철회할 대외 명분은 있다.
또 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를 운영하는 등 국외 원천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하지 않는 국가의 국적을 가진 투자자들에는 지난해 4월 우리나라가 시행한 비과세 특례조치의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 우리로서는 연간 1천억원 이상 세수가 늘고 국내 투자자의 역차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외은지점 규제 강화.은행부과금도 적극 검토
정부는 또 지난달부터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을 자기자본의 250%로 제한한 규정도 강화할 방침이다.
외국환거래규정은 분기별로 한도를 50%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정부는 내년 1월부터 125%까지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과다한 외자규제 국가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200% 아래로 줄이는 방안을 저울질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정부는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국내 은행과 같은 50%로 맞추지는 않을 방침이기 때문에 이번에 무리해서 축소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외은지점의 자기자본이 국내 은행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차별을 둘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너무 조금 줄이면 실효성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과 금감원이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해 자본 유출입 변동완화 방안의 이행사항 점검을 위한 특별검사에 나선 결과 규정 위반 사례를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정부는 한은과 금감원이 15일부터 실시할 추가 검사의 결과가 나오면 선물환 포지션 한도의 추가 축소 규모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밖에 정부는 은행부과금을 도입하기 위한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은행세 문제를 각국 재량에 맡김에 따라 활동을 중단했던 은행부과금 관련 TF를 다시 가동해 도입 여부와 부과 대상, 시기, 부과금의 활용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은행세를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달라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때 공적자금을 은행에 투입하지 않았는데도 은행부과금을 걷기로 한다면 자본통제국으로 비칠 수도 있고 은행을 설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럽 국가처럼 은행의 비예금성 부채 전체에 부과하기보다 외화부채, 또는 단기 외화부채에만 물리는 방안 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자본 유출입 변동성 완화와 관련, 여러 방안을 내놓는 대신 3대 방안을 중심으로 규제의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