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6시부터 4호선 안산~산본 구간에 단전이 일어나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기자도 이날 오전 6시 40분 경 출근을 위해 4호선 지하철에 몸을 실었지만, 목적지인 정부과천청사역을 불과 2정거장을 남겨둔 대공원역에서 내려야만 했다.
평상시엔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시민의 발이 되고 있는 지하철. 매일 원거리 출근길을 오가는 시민들에겐 필수적인 교통수단의 하나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 뒤엔 폭설, 폭우 등 돌발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크나큰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시민들의 '협조'와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날 4호선의 주된 지연원인은 강풍으로 인해 안산~산본 구간 선로에 이물질이 끼어 단전이 일어난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지하철 공사가 언제든 100%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정한다.
문제는 돌발상황이 일어날 때 대중교통수단의 연계다. 자연재해, 사고 등으로 인한 돌발사고가 생길 경우 다른 교통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여건이 매우 중요하다.
기자의 경우 이날 목적지인 '정부과천청사'역을 불과 2정거장 남겨 둔 '대공원역'에서 기관사의 하차권유 안내방송을 들으며 열차에서 내려야만 했다.
열차에서 나와 발 디딘 곳은 이른 아침의 4호선 '대공원역'. 주변 그 어느 곳에서도 대중교통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순간 기자를 비롯한 열차에서 내린 시민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공황상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여기는 어디며, 갈아탈 차는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야 내가 가는 목적지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일반 지하철역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버스정류장도, 심지어 줄지어 손님을 맞이하던 '택시'도 이 역 주변에선 단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꺼내며 지도를 살피며 다른 대중교통수단을 찾고, 어떤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지인에게 이 곳으로 와달라고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도심(?)속의 미아가 된 시민들. 때마침 이날 아침은 체감기온이 영하를 밑도는 추운 날씨였다.
대공원 역에서 과천청사까지는 지하철로는 불과 5~6분이면 도달하는 거리다. 그런데 오늘은 기자를 비롯 상당수의 출근길 시민들이 갈아탈 버스를 찾아 약 1시간 가량을 추위에 떨며 걸어야만 했다.
4호선 안산~사당 구간에는 과천이라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듯 했다. 도대체 역 주변에 갈아탈 대체 교통수단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만약 오늘과 같은 상황이 또 발생된다면 이곳에선 지하철이 운행되지 않는 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다시 한참을 찾고 고생을 해야되는 것일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돌발상황에 완전히 대비할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대중교통'이라고 불릴 수 있는 자격이 되려면 이렇게 허술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G20 정상회의가 바로 내일이다. 의장국으로서 대한민국의 국격이 더 한 단계 상승되는 절호의 기회라고 정부에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날 기자가 겪은 바로는 적어도 대중교통 부분에선 결코 높은 '국격'과 '품격'이 보이질 않았다. 작은 것에 배려하고 세심한 불편까지 살피는 것 또한 실질적 '국격 제고'의 단초라고 할 것이다.
오늘만의 문제, 돌발적인 상황만으로 치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관계자인 지하철 공사, 대중교통업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다시 고민해 봐야 될 부분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