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조세그룹 왜 '稅界 최강'인가(上) - '어처구니' 자청

'자율'로 움직이는 김앤장…'고객만족'에 최우선 가치를 두다

김앤장 조세그룹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룹장이 없다. 또 조세그룹은 ▲조세불복 및 소송 ▲세무조사 ▲이전가격 ▲금융조세 ▲기업인수합병 ▲경영권승계(주식이동, 상속·증여 포함) ▲관세 등 7개 팀으로 세밀하게 분화돼 있지만 각 팀의 팀장도 없다.

조세그룹에 속한 130여 구성원 각자가 그룹장이자 팀장이며, 개개인이 각자 조세그룹을 대표한다. 서로 누군가를 지휘하지 않으며, 지휘를 받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조직은 잘 돌아간다. 확실히 김앤장의 '팀플레이'는 연구대상이다.

저마다 '이 분야에선 내가 稅界 최고'라고 자신할 사람들만 130여명이 모여서 함께 일하다 보면 이따금씩 일어나는 불협화음이 필수지만, 한 몸처럼 잡음 없이 움직인다. 맡은 분야에선 적수를 찾기 힘들다는 사람들조차 철저하게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공식적인 개별인터뷰도 대부분 사양하는 분위기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팀을 움직이는 실체가 보이지 않는 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찾아 그들을 움직이는 실체가 무엇이고, 왜 그들이 '稅界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지 그 일단면을 들여다봤다.

■ '자율'로 움직이는 김앤장…'고객만족'에 최우선 가치를 두다

김앤장 조세그룹에 소속된 130여명은 하나 하나가 당장 그 자리를 떠나 개인사업체로 독립하더라도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조세그룹에 대형회계법인 본부장급만 70명이나 속해있다는 말이 이를 대신 설명한다.

김앤장에는 '법무법인'이 아닌 '법률사무소'로 운영되는 조직특성 때문일지 몰라도 다른 조직에서 쉽게 발견되는 '부회장'이나 '전무', '상무' 등 화려한 경력에 걸맞는 그럴듯한 직함은 아예 없다.

김앤장에 영입되기 이전에 한 가닥 하지 않은 인물이 없을 만큼 화려한 경력들을 갖고 있지만, 들고 있는 명함에는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관세사 등 자격사 고유의 이름만 적혀있을 뿐이다.

초창기부터 유지돼 왔던 김앤장 인사관리 원칙은 영입조건이 맞아 한번 들어온 인물에 대해선 끝까지 동고동락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을 바탕으로 원활한 팀플레이가 가능하다.

김앤장에는 들어가기가 어렵지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문가로의 육성이 보장된다는 얘기다. 이미 전문성과 노하우로 최고의 명성과 권위를 얻은 인물이라 그 다음은 뻔한 행동이 예측됐지만, 취재과정에서 만난 김앤장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외부에 비춰지는 모습은 물론 깊숙한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 어디에도 일체의 권위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고객을 위한 보다 나은 논리 나아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갈구하는 연구자의 분위기가 짙게 배어났다.

이미 국내 최강 나아가 아태지역 최강을 넘어 글로벌한 입지를 굳혀가며, 아직도 왕성한 세포분열을 거듭하며 성장하고 있는 김앤장 소속 구성원이 뭐가 부족해 아직까지 '허기'를 느끼고 있을까. 대체 김앤장 구성원이 바라보는 방향은 무엇이고, 움직임의 동력은 뭘까.

대답은 의외로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누가 지시하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모두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철저한 자율'에서 비롯되며, 움직임의 목표방향엔 언제나 '고객'이 있다는 것.

김앤장 조세그룹의 업무는 고객이 하나의 사건을 맡기면 이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수 개의 쟁점으로 사건을 세밀하게 쪼갠 뒤, 바로 그 때 각각의 쟁점에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붙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흐름이다. 김앤장이 자랑하는 '팀플레이' 해법이다.

분명한 것은 저마다 최고라고 아무리 외쳐봐야 '고객'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최고는 결코 될 수 없다는 것. 김앤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시시각각 들어오는 수많은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적임자'로 낙점받지 못한다면 최고라는 명성은 '허명'에 그친다.

김앤장 사람들은 "업무역량에서 다른 조직 사람들과 비교할 땐 우리 모두가 적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직 내부로 눈을 돌려보면 그렇지 않다"며 "구성원끼리는 나보다 나은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김앤장을 현재의 최고반열에 올려놓은 가장 큰 원동력은 구성원 각자가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자긍심을 '자율'이라는 거름으로 키우고, 그 목표점에 항상 있는 '고객'이라는 하나의 끈으로 연결시켜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움직일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김앤장이 이뤄낸 숱한 성공사례에서 유독 '국내 최초'라는 꼬리표가 많이 따라붙는 이유를 "최고의 전문가가 항상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김앤장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화려한 경력은 잊어!…고객응대부터 다시 배우는 사람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1973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김영무 변호사가 법대 동기인 장수길 변호사와 의기투합, "기업간 국제거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로펌을 만들자"며 광화문에 첫 사무실을 열면서 시작됐다.

당시 법률시장이 판·검사출신들이 법원과 검찰청을 드나들며 송사위주로 형성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김앤장의 개소는 이제 막 경제발전의 기지개를 켜던 이 땅에 '법률자문'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하는 것을 뜻하는 일대 사건.

변호사업은 '서비스업'이라는 개념을 각인시킨 최초의 로펌도 바로 김앤장이다.

이처럼 태생자체가 기업법률자문 영역개척이었던 김앤장이었기에 이후 37년 동안 변치 않고 간직해 온 화두가 있다. 이는 지금의 김앤장을 있게 만든 제1의 원칙이자 성공비결로 알려져 있다.

'고객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무엇인가?', '지금 고객에게 가장 적절한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등 '고객을 중심에 놓고 보는 서비스적 사고'가 바로 그것.

만년 1등이라는 자만심에 젖어 잊어 버렸을 법도 한데 '고객중심주의'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단단하게 굳어져 가는 느낌이다. 사건발생 이후의 송사가 아닌 사건에 앞선 고객자문이라는 태생이 급기야 조직문화로 자리잡게 된 것.

실례로 경력여부를 떠나 김앤장에 처음 입사하는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가들이 조직에서 선배들로부터 가장 처음 다시 배우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으로 볼 수 있는 고객응대법이다.

이는 면담에서부터 일처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고객에게 맞춰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김앤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고객과의 상담이 끝난 뒤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해 깍듯이 머리를 숙이는 김앤장의 전문가들에게서 더이상 최고의 엘리트라는 우월의식은 찾아 볼 수 없다.

■ 점심시간은 12시30분!…우리는 언제나 '어처구니'

김앤장은 오래전부터 12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점심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식탁을 마주하고 접하게 되는 12시 식사시간을 전후해 고객들이 중요사안에 대한 화두를 전개한다는 오랜 경험에 비춰, 정오 전후에 있을지 모를 고객의 급박한 요청에 곧바로 대응하기 위한 고려 차원에서 비롯됐다.

고객이 사활을 걸고 긴급히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 신속히 대응해야 하고, 점심이나 저녁은 물론 심지어는 휴일에도 만사 제쳐두고 고객의 요청에 화답해야 하는 것이 김앤장 사람들의 숙명이다.

김앤장의 전문가들은 거의 365일을 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바쁜 평일을 피해 토·일요일에 회의를 잡는 경우도 다반사.

'늘 고객이 처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고 또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대응방법은 무엇인지를 찾자'는 것이 김앤장 구성원들이 몸으로 체득한 제1원칙인 것이다.

김앤장 조세그룹 구성원들이 '어처구니(=맷돌의 나무손잡이)' 역할을 자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이 필요로 할 땐 언제든지 손잡이를 붙잡을 수 있도록, 기업활동에 꼭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겨있다.

김앤장의 이러한 고객중심주의가 조세분야를 포함한 전 업무영역에서 확고한 고객의 신뢰를 쌓아 국제적으로 신망을 받는 로펌으로 성장한 배경이 되고 있다. 

최선집 변호사는 "김앤장은 납세자에게 가장 완벽하게 본인의 권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곳"이라며 "사건 위임을 받은 최적의 전문가들은 고객의 신뢰에 보답할 수 있도록 자기 가족의 일처럼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 고객 눈높이에 맞춰라…'원스톱 토털 서비스'

김앤장의 '원스톱 토털 서비스'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명품 서비스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백우현 회계사는 '원스톱 토털 서비스'와 관련 "김앤장의 전문가들은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고객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예를 들면 '김앤장'이라는 완성된 자동차 메이커를 만들어 내기 위한 '풀 라인업'을 갖추고, 고객의 상황에 맞는 가장 적합한 해결책(옵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이처럼 김앤장에 소속된 다양한 전문가들은 의뢰인이 조세와 관련된 상담 중에도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상품을 골라 넣듯이 특허나 M&A, 금융조세, 경영권승계 등 전문분야의 상담을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다.   

이 같은 '고객중심의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은 김앤장이 그만큼 잘 짜여진 퍼즐처럼 유기적인 조합을 통해 최적의 결과를 내 놓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명해 고문은 "김앤장은 고객이 한 번의 사건 의뢰를 하게 되면 모든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원스톱 토털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며 "어떤 형태의 사건이든 원스톱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어야 시간 낭비도 줄이고 보다 완벽한 처방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