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뱅킹'에 대한 과세 결정으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지난 2007년 엔화스왑예금 사례와 같이 조세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2003년부터 비과세상품으로 판매돼 왔던 금 연계 금융상품이 기획재정부의 새로운 유권해석으로 하루아침에 과세상품으로 돌변한 데 따른 것이다.
새로운 유권해석은 지난해 초 발효된 소득세법 시행령이 발단이 됐으며, 이 때문에 재정부는 과세기간 역시 지난해 1월로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재정부의 유권해석의 적절성 여부가 아니다.
단순 예금상품에도 이익이 발생하면 이자소득세를 물게 된다.
'골드뱅킹' 역시 도입초기에는 금융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한시적 비과세 혜택을 제공했더라도 관련 법령이 제정됐다면 그에 맞게 적용했어야 하는 것이 옳다.
진짜 문제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정부기관과 금융사들이 자초했다는 점이다. 피해가 속출할 조짐인데도 책임 있는 주체는 눈 씻고 찾아보기도 힘든 실정이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을 근거로 '골드뱅킹'을 과세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지난 9월이다. 이는 국세청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그런데도 '골드뱅킹'을 둘러싼 과세 논란은 2개월 가량이 지난 이후에야 불거졌다. 과세 근거가 마련된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로는 21개월만이며, 이마저도 우리은행이 새롭게 골드뱅킹을 시작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는 "우리는 유권해석만 할 뿐 시행령 변경에 대해 당사자에게 전달할 의무는 없다"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 역시 "여건상 개별 금융상품에 대한 관리감독은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금감원은 오히려 은행측의 기민하지 못한 대응을 문제 삼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졸지에 그 동안 과세상품을 비과세상품으로 속여 판 꼴이 된 은행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니나 다를까 '억울하다'는 입장이 대체적이다.
특히 전체 골드뱅킹 시장의 90% 이상을 점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평판리스크'를 우려해 피해금액 전액을 은행 측이 보전해 주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언뜻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울며 겨자먹기'에 가깝다. 신한사태로 '미운 털'이 박힌 상황에서 감독당국과의 갈등만큼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긴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현재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은 당국으로부터 고강도 종합검사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은행측에 물리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관련 근거를 마련해 각 은행에 통보하고 영업행위의 적절성 여부를 관리감독 하는 게 당국의 역할이 아니냐는 논거가 깔려있다.
결국 수 만명의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정작 일말의 책임을 져야할 강자들은 빠지고 상대적 약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이번 '골드뱅킹' 논란이 소송으로 이어질 공산은 낮다고 보고 있다. 피해규모가 (엔스왑 등에 비해)상대적으로 작은데다 신한은행이 고객의 피해를 떠안기로 결정한 만큼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등도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이번 골드뱅킹 논란의 쟁점이 고객들의 금전적 피해에 국한될 경우 제 2, 3의 골드뱅킹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당국과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 책임의 경중을 명확히 가려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