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희망퇴직에 채용도 최소화
인력감축 추진 지속 가능성 '우려'
국민은행의 '비만증 해소' 작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희망퇴직에 이어 신입행원 채용도 최소화 하는 등 은행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 들어 처음으로 100명의 신입행원을 채용키로 했다.
이는 경쟁은행인 신한은행의 1/7 수준이며, 300명 가량의 신입행원을 채용한 예년과 비교해도 절반에도 못미친다.
특히 신입행원 100명 가운데 20~30여명 가량은 국내외 유수대학의 MBA 출신을 채용하고, 나머지 인원 역시 경력과 연령, 학력 등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함에 따라 대졸 취업자의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채용과 관련 국민은행은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 취임 이후 성공적으로 조직을 추스리고 재도약을 위한 행보"라고 자평했다.
실제 국민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취임식에서 밝힌 '비만증 해소'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은행은 대규모 희망퇴직을 통해 무려 3244명의 인력을 내보낸 바 있으며, 실적이 부진한데도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직원에 대해서는 '성과추진본부'를 통해 재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돼온 지도부 공백 사태와 실적악화로 '리딩뱅크' 입지가 축소되기는 했지만, 규모면에서는 여전히 선도은행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9월말 총자산은 277조원으로 우리은행(247조원)과 신한은행(238조원)을 30조원 차로 앞서가고 있다.
문제는 국민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경우 여타 은행들 역시 수익성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대규모 인력감축 및 신규인력 축소를 검토할 소지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특히 국민은행을 제외한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신입행원을 오히려 크게 늘린 상태다.
신한은행은 상하반기에 걸쳐 예년 수준의 3배에 달하는 750명의 신입행원을 채용했으며, 우리은행도 예년의 1.5배 수준인 300명을 채용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의 비만증 해소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과다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했다는 평가지만 여전히 자산에 비해 인력이 비대한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 희망퇴직 이후 국민은행의 총직원 수는 2만2700여명으로 1인당 총자산은 122억원 가량이다. 이는 우리은행(167억원)은 물론 신한은행(221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심화된 국민은행의 노사갈등 역시 조직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국민은행 노조의 경우 빠르면 이달 중 새로운 노조위원장이 선출되는 만큼 노사관계는 당분간 유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