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우리금융 M&A와 병행 추진
산은지주, '독자생존' 위한 마지막(?) 보루
외환은행을 둘러싼 M&A(인수합병) 방정식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호주 ANZ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설에 이어 산은지주도 인수전 참여검토를 시사한 것.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론스타와 ANZ은행의 협상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외환은행 인수를 정부에 건의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예상된다"며 "인수참여 여부는 26일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하나금융은 정부가 추진 중인 우리금융의 유력 인수후보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론스타와의 협상은 우리금융 인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한 대안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김 회장도 그동안 M&A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김 회장은 특히 단순 '먹튀' 논란 때문에 경쟁력 있는 외환은행을 외국계에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김 회장의 주장은 '먹튀' 논란으로 정부의 눈치를 살펴왔던 산은지주로서는 '자극제'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 년내 민영화를 앞둔 산은지주로서는 독자 민영화를 위한 마지막 '보루'가 외환은행 인수일 수 있다는 데 절박함이 배가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마련된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에 따르면 산은지주는 연내 전체 지분의 49%를 시장에 매각해야 하며, 2012년까지 민영화를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산은의 공적 기능인 정책금융 부문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산업은행의 취약한 수신기반은 민영화 추진의 최대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은 "산업은행 민영화 추진은 이렇다할 가닥도 잡지 못한 채 국고만 소진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민영화 일정 및 현실성 있는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은지주의 지지부진한 민영화 추진은 금융권을 넘어 정치권 안팎에서도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인 것.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인터넷 은행, 예금모집인 등 수신기반 확대를 위해 자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한편, 외국계 로컬은행 인수까지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정부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결국 산은지주의 경우 수신기반이 갖춰진 은행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여타 은행에 매각되는 수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민 회장이 줄곧 외환은행을 비롯해 지방은행 인수에까지 관심을 내비쳐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외환은행 인수전에 산은지주가 참여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정부의 반응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의 경우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든데 산은지주가 나설 경우 정부가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