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이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기존입장에서 변화를 주지 않은 채 '관망' 중. 정치권에서 날아드는 '잽(Jab)'에 대응, "감세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라는 말로 받아치고 있는 모습이다.
익히 알려져 있다 시피 이명박 정부 조세정책의 핵심은 감세다.
그 배경에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가 자리하고 있다.
기업과 근로자에게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은 투자, 근로자는 소비가 일어나면서 경제가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세금이 되돌아온다, 는 계산이 깔려있다.
애초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의제'로 채택되던 시점부터 논란은 치열했다. 특히 야당의 반발이 상당히 거셌다.
여기서 촉발된 것이 이른바 '부자감세' 논란이었다.
한 꺼풀 벗겨보면 부자감세 논란은 '색깔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념이 아닌 실체(조세정책)라는 것만 달랐을 뿐이다.
어찌됐건 절대적 소수만이 '해피'할 수밖에 없는, 그악스런 부자감세 논란 속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은 잘도 버텨냈다.
그러나 최근의 기류는 분명 심상치가 않다.
정권의 주위에 두터운 방어막을 치며 감세정책의 선도자 역할을 자처했던 집권여당이 먼저 방어막을 허물었다. 이 과정에서 여당 내부의 '균열'이 발생하는 모습을 노출하는 등 긴장감이 한껏 풀린 모습이다.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2012년부터 작동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세철회 논란이 지금 이 시기에 다시 불거지는 것은 다소 빠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 설마했던, 집권여당의 '붕괴(?)'도 너무 빨랐다.
감세철회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이미 '폭주기관차'로 돌변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강력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 구분도 사실상 모호한 상태다. 하루가 다르게 논란의 강도와 깊이는 배가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극한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일까.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명분은 그저 '간판'에 불과하다. 진짜 이유는 '정치의 생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포퓰리즘(Populism)'이다.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작동되는 시점은 2012년.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국회의원 총선 및 대통령 선거 일정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정당의 최대 목표는 '정권'의 창출 또는 유지다.
부자감세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결코 민심을 얻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절대적 다수인 중산·서민층의 민심을 잡기 위해서는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포퓰리즘'의 선택은 필연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강변을 해본들, 표면적으로 보이는 집권여당의 정책기조 변화 움직임은 포퓰리즘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의 집권여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세의 기본원칙은 '예측가능성'의 확보이고 정책의 기본원칙은 '일관성'의 유지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감세철회 논란에 정신이 팔려있는 정치권은 감세를 '잘못된 정책'으로 몰아갈 뿐, 조세와 정책의 기본원칙은 까맣게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물론 잘못된 정책이라면 하루 빨리 방향을 트는 것이 맞다.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잘못된 정책을 애초부터 만들지를 말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감세철회 논란에 대한 '책임론' 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가 없는 모습이다.
의회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정치가 정책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꼭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니, 창피해할 일도 아니다.
다만 정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책의 소비자들인 국민이, 언제나 '볼모'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감세철회 논란도 마찬가지다. 입법권을 가진 정치권이 좌충우돌하고 있으니, 국민된 죄로 답답한 가슴을 쾅쾅 쳐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왕 불거진 것, 제대로 된 논란을 통해 최적의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
지난 수 년동안 벌어져 온 소모적 논란으로 '혼돈'을 겪는 일을, 정치권이 더 이상 촉발시키지 않는다면, 잠깐 동안(?)의 시끄러움은 한 번쯤 눈 딱감고 견뎌줄 수도 있다. 그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이다.
정치권이 진정 국민을 '안중'에 두고 있다면,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