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금융위기시 안전판 역할 기대"
이슬람채권(수쿠크) 발행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슬람금융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역량이 아직 부족한 만큼 이슬람금융 활성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투자 성향을 보이는 중동자금을 잘 활용하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중동 국가들의 석유수출을 통한 자금 유입이 급증하고 이들의 저축성향도 높아지면서 이슬람금융은 글로벌 자본시장의 한 분야로 편입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0년 22억달러 규모로 시작한 이슬람채권 발행 규모는 2007년에는 310억달러까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2008년 중에는 율법기준 적용 강화 및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장으로 발행규모가 141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에는 202억달러로 다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슬람금융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의 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영국 등 서방 국가도 이슬람 자금의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및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슬람권 자금 유치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말만 무성할 뿐 관련 제도가 준비되지 않아 이슬람채권 발행실적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슬람채권인 수쿠크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자 대신 배당 형식으로 수익을 제공하는 특수 금융상품이다. 이슬람채권은 국내법상으로는 채권으로 분류되지 않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발행이 사실상 제도적으로 막혀 있었다.
수쿠크을 발행할 경우 각종 세금 때문에 다른 해외 채권 발행보다 4% 정도 높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수쿠크를 발행하면서 발생하는 취득·등록세와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의 세금이 면제됨에 따라 수쿠크 발행의 길이 실질적으로 열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이슬람 금융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슬람권의 풍부한 투자수요를 활용할 수 있다면 금융위기 시 안전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정한 연구원은 "이슬람 금융은 풍부한 자금력, 미국 및 유럽 경제와의 낮은 연관성,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나타난 시스템적 안정성 등으로 중요한 외화 조달창구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슬람 금융시장에 진출한 나라의 경우 본격적으로 이슬람 금융활동을 시작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됐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면밀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슬람 금융의 윤리기준 및 감독시스템 등을 보다 철저하게 연구하고 이슬람금융 전문가들을 육성하는 등 이슬람 금융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주춤했던 국내 증권사들의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연되면서 해외사업팀에 편입했던 이슬람금융팀을 전담팀으로 다시 독립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우리투자증권 등도 주춤했던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