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번 정부의 재정통계 개편방안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개편방안 중 원가보상율이 50% 이상인 공기업을 일반정부에 포함시키지 않는 기준과 연기금 충당부채를 국가채무에 미포함시킨다는 방침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채규모가 큰 LH공사나 한국수자원공사 등 21개 공기업이 모두 원가보상률이 50% 이상이기 때문에 정부안에 따르면 일반정부에서 제외돼 결국 국가 총부채에 산입되지 않기 때문에 부채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2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획재정부 주최로 열린 재정통계 개편 공청회에서 다수의 민간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원가보상률 50%라는 기준이 국제 기준이기는 하지만 50%를 넘으면 일반정부에 포함하지 않고, 50% 미만이면 포함하는 방식은 재정건정성 관리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원가보상률 50% 기준은 쉽게 말해 100% 미만이면 손해를 보고 영업을 한다는 건데 이는 국제기준이므로 큰 문제는 없다"며 "국민에 대한 호소력이 떨어지므로 국제기준에 맞도록 하되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속 김유찬 홍익대 교수도 "원가보상률 50% 기준은 결국 매출이 원가의 50%를 넘으면 시장성이 있는 기관이라는 것인데 이 기준으로 어떻게 기존의 다른 기업들과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며 "원가보상률이 50%를 넘는 공공기관 중에서도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존립이 불가한 공기업들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상복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재정관리는 국제기준을 따르는 게 맞지만 국가재정을 얼마나 건전하게 유지관리하느냐도 중요한 목표"라며 "공기업의 원가보상률이 50%이상일때 공기업 부채를 국가채무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재정건전성 관리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홍동호 재정정책국장은 "국제기준에 따르는 게 옳다"며 "50%가 넘는 기관들의 부채가 재정위험 요소가 될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이를 철저히 관리하고 감시하는 관리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고용주로서 일반정부에 포함되는 직역연금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를 일반정부 부채에서 제외하기로 한 방침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한국조세연구원 박형수 재정분석센터장은 "공무원.군인연금의 충당부채는 이미 발생한 부채가 아니고 앞으로 발생할 부채의 현재가치이므로 이미 진 채무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이를 일반정부 부채에서 제외하는 게 옳으며 국제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국가채무의 총량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재정의 질적인 내용을 놓고 논쟁을 해야 할 때이며, 정부도 공공정보를 최대한 민간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