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 '마샨'이라는 이름의 잉어잡이 명인이 있다. 후쿠오카 현 우키하 시에 실제로 존재하는 그는 아주 독특하게 잉어를 잡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의 방법이란 추운 겨울 맨몸으로 치쿠고 강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따뜻한 곳을 찾던 잉어가 그의 주위로 오는데, 마샨은 이때 잉어를 안아 올린다고 한다.
소프트뱅크 회장실 실장으로 일했던 미키 다케노부(40)는 마샨에 대한 이야기를 손정의로부터 수차례 들었다고 밝혔다. 자신이 썼던 저서를 통해서다. 또한 손정의가 "마샨과 같이 상대가 자연스럽게 끌려 제휴하고 싶도록 조건을 제시해야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면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음도 전했다.
이것이 어디 사업에만 국한된 말이겠나. 세상 만사가 모두 그렇다.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며 우군을 확보, 애써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정세를 미리 만들어야 성공이 자연스럽게 보장된다는 얘기다. 이런 성공은 피말리는 경쟁에 따른 피해를 줄이면서 결과를 향유하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값지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 터. 그래서 대선후보 시절 경쟁 주자들을 크게 따돌린 상태에서도 승리를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유권자를 만나며 연대를 다짐했다. 전국을 돌며 선물 보따리를 풀기도 했다. 그 결과는 야당 후보들에 대한 '유례없는' 낙승, 바로 그것이었다.
대선 승리로부터 3년이 지난 2011년 현재 이 대통령은 당시 나눠줬던 선물 하나를 거둬들이려 한다. 충청권에 약속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그것이다. 그는 얼마전 방송에 나와 과학벨트 공약 백지화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국무총리는 공약보다는 현행법이 더 중요하다며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이에 충청권 주민들은 이 대통령을 비난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 야당은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 발언이 담긴 USB를 청와대에 전달하면서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보다 진보된 사회를 위한 목소리가 아닌, 대선승리를 위해 내걸었던 공약의 이행 여부를 담은 목소리는 너무 원초적이어서 듣기 민망하다. 경제가 발전하고, 나라의 위상이 높아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쉽게 이기기 위해 신뢰를 저버리는 사회는 선진국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