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세창고 관리 자율화…"불량식품 밀반출 못 막아"
"보세창고업자 '농산물자율안전인증제' 도입해야"
관세청이 국민건강과 직결된 수입식품 통관절차에 허점을 노출, 식품안전성 검증을 거치지 않고 밀수된 유해 농산물이 그대로 유통되면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유전자변형농산물(GMO)검사 등 식품안전성 검증을 전혀 거치지 않은 중국산 콩나물콩 200톤이 밀수됐고, 이미 시장에 전량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콩나물콩 200톤은 재배시 콩나물 1600톤~20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 지난해 전국 각지의 콩나물 재배농가에 팔린 뒤 콩나물로 재배돼 국민들의 식탁에 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천세관에 따르면 콩나물콩 밀수일당은 지난해 1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콩나물콩을 수입해 일단 보세창고에 보관하고, 두 달간 총 5회에 걸쳐 200톤 전량을 몰래 창고 외부로 빼돌려 저가의 가공용 콩과 바꿔치기하는 일명 '포대갈이' 수법을 사용했다.
이 같은 밀수수법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입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수입물품이 보관되는 보세창고에 대해 관세청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않기 때문.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 보세창고들은 관세청 직원이 수출입물품의 이동·보관상황 등을 직접 현장에서 체크하지 않고 보세창고업자의 자율관리에 맡기고 있으며, 보세창고업자는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보세사를 고용해 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밀수업자와 보세창고업자가 공모해 수입물품을 창고에서 빼돌릴 경우 세관에서 밀수 사실을 적시에 알 수가 없다.
특히 신속하게 유통·판매되는 수입식품의 경우 이번 콩나물콩과 같은 유해 밀수농산물이 안전성 검증 없이 곧바로 국민들 식탁에 오를 위험성이 큰 것.
실제로 인천세관은 지난해 2월 밀수·유통된 중국산 콩나물콩에 대해 연말이 다 돼서야 조사에 착수, 지난 10일에야 밀수업자를 구속했다. 그 사이 밀수된 유해 콩나물콩은 콩나물로 재배돼 시장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져, 회수·수거 조치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인천항 주변에 있는 보세창고만 200여개에 달하는 등 수많은 보세창고를 관세청이 직접 관리하는 것은 인력·인건비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한계가 있다"며 "창고업자와 밀수업자가 공모해 물품을 빼돌릴 경우 적시에 적발할 방법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세·통관 전문가들은 관세청이 보세창고 관리를 강화하고, 보세창고업자에 대한 수입농산물 안전관리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주호 관세국경관리연수원 외래교수(관세법인 청솔 대표관세사)는 "식품안전·밀반출·인력통제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능력이 있는 창고업자에게만 수입 농수축산물 취급을 허용하는 보세창고업자 대상 '농산물자율안전인증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세관은 이번 콩나물콩 밀수사건과 같이 식품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농산물을 밀수입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농산물 수입업체 및 보세창고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