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또 쟁점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문제로 보험사들에 이어 정유사들과도 갈등을 겪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이 전날 유류세에 대한 카드 수수료 인하·폐지를 요구하고 나서자 카드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오 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기름 값에서 주유소 마진이 5% 정도 되는데 그 가운데 카드 수수료가 1.5%라는 것은 매우 큰 비중"이라며 "유류세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무료로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주유소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업계 최저 수준인 1.5%이다. 최근 휘발유 가격이 ℓ당 2천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이 중 1.5%인 30원을 카드사가 수수료로 떼는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1% 인하해 0.5%가 되면 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980원으로 낮아져 소비자 부담은 20원 줄어들 수 있다. 승용차 운전자가 휘발유를 40ℓ씩 일주일에 5차례 넣는다면 지금보다 4천원 아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로는 소비자가 휘발유 가격 인하를 체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주유업계가 수수료 제외를 주장하는 것은 현재의 고유가 구조를 카드업계에 전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직은 정부가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름 값을 낮출 방법을 찾고 있고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상태다.
그러나 정유업계가 '수수료율 인하' 카드를 공식적으로 제시한 만큼 기름 값 인하를 위한 제2의 대안 카드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카드사들이 정유사들과 수수료율 인하 문제를 놓고 대립한다면 보험사들과 갈등을 빚을 때보다 더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유소의 가맹점 수수료율 1.5%는 카드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수치다. 보험사들이 수수료율을 3% 수준에서 1.5%로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카드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6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카드사와 보험사는 저축성 보험을 카드결제 대상에 포함할지와 수수료율을 낮출지를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일부 보험사는 아예 가맹점 해지 결정을 내리고 보험료를 현금으로만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