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68세, 사진)이 사실상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외환은행 인수 이후 새로운 하나금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김 회장의 향후 행보에 시장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만장일치' 단독추대 = 하나금융지주는 24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김승유 현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대했다.
앞서 진행된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공개모집 및 헤드헌팅사 추천 등의 방식을 통해 구성된 다수의 후보군 가운데 최종 후보를 결정한 것과 대비된다.
신한금융은 이전 경영진간 내분사태가, 우리금융의 경우 정부소유라는 특수한 경영환경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김 회장에 대한 내부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실제 이날 회추위에 참석한 위원 5명 모두 김 회장의 차기회장 추천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회추위는 "그동안 하나금융 차기 회장 적임자를 찾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후보자를 물색했지만 외환은행 인수 작업 마무리 및 조직안정 차원에서 김 회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지난 1997년 이후 하나은행장 포함 무려 14년간 하나금융을 이끌어온 데 이어, 최장 3년 더 하나금융 수장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하나금융은 등기이사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연임시 1년 단위로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지배구조 규준'을 확정한 바 있다.
□ '시너지 창출' 최대과제 = 사실 김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한 해동안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KB사태'와 '신한사태'는 국내 금융지주사 CEO의 장기집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신한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무려 19년, 금융권 최장수 CEO로 주목받아온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 결국 불명예 퇴진하면서 그 화살이 김 회장에게 쏠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공식화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소식은 분위기 급반전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총자산 기준 신한금융을 제치고 우리·KB금융에 이어 국내 3위 금융지주사로 도약하게 된다.
특히 인수추진 과정에서의 외환은행 직원들의 거센 반발은 '조직 안정' 차원에서의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오히려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는 외환은행 인수 이후 '조직안정'이 김 회장의 최대 과제임과 동시에 명예 퇴진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하나-외환은행간 시너지효과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더욱이 외환은행 임직원들은 지난 11월 이후 3개월여에 걸쳐 정부와 금융당국, 하나금융 등을 상대로 한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향후 하나-외환은행간 화학적 결합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트 김승유 체제'에 대한 준비작업도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된 또 다른 배경에는 하나금융 내에 뚜렷한 후계구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이 금융권 최장수 CEO로서 명예롭게 퇴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만만치 않다"며 "최장 3년 연임이 가능하지만 햇수가 길어질수록 김 회장은 명예퇴진과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