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났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과연 '축제'로 승화됐는지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따르고 있다. 선거 후반전으로 갈수록 과열분위기가 형성돼 후보자간 고발장이 난무하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28일 서울지방세무사회 순회투표가 종료된 이후 투표장에 마련된 좌석에는 후보자들이 뿌린 홍보물만이 어지럽게 남겨져 있었다.
정책선거, "남의 동네 이야기일 뿐"
지방회장, 세무사회 임원 과도한 선거개입 '눈살'
"선거관리규정 전면 개정할 필요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27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는 '축제'로 승화되지 못했다. 세무사회 선거제도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 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일깨워 준 것이 성과라면 성과.
완벽한 제도란 없다. 세무사회 선거제도를 둘러싸고 있는 선거관리규정은 확실히 낡았다. 개선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결과도 현실과 동 떨어져 있는 선거관리규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1∼2년 후 세무사회는 회원 1만명 시대를 맞는다. 변호사 및 회계사 등 타자격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접받는 자격사가 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바쁘다. 현재와 같은 후진적 선거제도를 유지하면 제대로 된 리더를 뽑아 올리기는 어렵다.
이번 선거는 세무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 어느 방향인지를 알리는 확실한 '이정표'가 됐다. 그 정도만 가지고도 평가를 받을 만 하다.
□ 부정의 생산물, "정책선거는 없었다" = 현행 세무사회 선거관리규정은 사전 선거운동은 무제한으로 풀어놓고 있다. 딱히 어떤 행위를 사전 선거운동으로 규정해 놓지도 않았기 때문에 사실 '무제한으로 풀어놓고 있다'는 표현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한 발이라도 빨리, 유권자와 대면해 명함 한 장, 악수 한 번 더 나눈 후보자가 표심을 얻는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도 오랫동안 물밑에서 선거를 준비해 온 후보자가 당선됐다.
정구정 당선자는 소견발표를 통해 "오랜 기간 동안 3900여명의 세무사 회원들을 직접 만나 어려움을 들었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 당선자가 얻은 표는 정확히 3737표.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우연인 셈이다.
이에 반해 후보자 등록 이후에는 선거운동이 철저히 제한된다. 정해진 규격의 선거공보물과 현장 소견문 발표, 문자메시지 발송 등 유권자들에게 후보자가 가진 '미래설계도'를 소개할 통로가 극히 협소하다.
선거공약도 마찬가지다. 각 후보자별로 큰 차이가 없을뿐더러 수 년 전부터 거론되어 온 '구닥다리' 공약들이 대부분. 현실성 있는 공약과 이를 실현할 가능성에 대한 평가, 즉 정책선거 자체가 불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선거는 정책선거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해 다양한 홍보채널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허위사실' 유포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문자메시지 발송 등의 홍보방식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부정의 생산물, "'이권'에 눈 먼 그들, 회원 위한 선거 없었다" = 이번 선거는 상당히 '기형적' 선거판이 형성되면서 논란이 됐다. 특히 현직 지방회장과 세무사회 임원이 선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 빚어졌다.
회원들의 선출로 지방회장에 오른 이창규 서울지방세무사회장과 선출직 부회장인 김종화 세무사회 부회장이 정구정 당선자 선거캠프 선대본부장으로 활동하는 다소 의외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부 지방회장들도 전산프로그램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특정 후보자 선거운동을 거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문자메시지와 이를 반박하는 문자메시지가 시간차를 두고 '교차', 선거판의 혼탁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지난 2월25일 중부지방회 순회투표 소견발표 당시 한헌춘 중부세무사회장을 중점으로 한 정 당선자의 발언은 '매관매직' 논란과 함께 고발장 난무 상황으로 연결됐다.
세무사 업계 안팎에서는 정 당선자가 지방회장들의 선거운동 참여 대가로 '향후 회직 출마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를 두고 세무사회원들 사이에서는 회직이 '논공행상'의 도구로 전락되어서는 안된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세무사는 "세무사 회원들의 어려움을 풀어내 줘야 할 회직자들이 자신의 명예와 영달만 앞세우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차제에는 이런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든 규정이든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