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법인 15년 숙원 풀다…납세자 권익보호에 앞장

해외증시 상장비용 세법문제 깔끔 해결…기업 글로벌화 디딤돌

조세전문가들조차도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세무자문집단이라고 하더라도 세법을 충실하게 적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라 분명한 과세의지를 갖고 있는 과세당국과 납세자의 사이에서 정도를 추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간과한 채 무조건 국세청 과세를 피하려고만 하는 납세자에게 어설프게 '불가(不可)'를 설명했다가는 자칫 '무능(無能)'으로 비쳐질 수 있다.

또 무턱대고 "과세를 피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사건해결을 위해 덤볐다가는 고객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고, 설령 무리를 해서 사건을 잘 해결했더라도 납세자가 과세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비용이 더 크다고 생각할 때 돌아오는 것은 원성뿐이다.

세법 규정에 충실하게 따르려는 과세당국에 세법규정의 문제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도 보통 실력으로는 쉽지 않은 일.

결국 명품 세무자문집단은 무리하게 과세를 피하려는 납세자에겐 먼 안목으로 정도를 권장하고 과세의 기준이 됐던 기존의 유권해석을 바꾸도록 하거나, 나아가 세법규정 자체를 바꾸는데 이바지하는 등 제도개선을 이끌어 납세자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녹색산업과 관련된 태양전지 제조업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과 호주법인에 대한 지점세 폐지 등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세법개정에 기여하였고, 납세자 권익을 크게 높이는 주목할 만한 새로운 유권해석을 많이 도출해 '명품'에 걸맞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세법 독소(毒素)조항 개정에 기여…납세자 권익보호에 앞장

지점세(Branch Profit Tax)는 일부 외국 법인의 한국지점에 대해 통상의 법인세에 추가해 부과하는 세금. 상대국가에서 우리나라 법인의 지점에 지점세를 과세하는 사례가 있음을 감안, 우리나라도 과세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1995년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호주 법인 한국지점들은 우리나라에서 1995년 이후 15%의 지점세를 추가로 납부해온 반면 호주는 이미 1987년 지점세를 폐지, 우리나라 법인의 호주지점에 대해 지점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호주계 은행을 중심으로 한 호주법인들은 지점세 부과의 부당함을 피력하면서 무려 15년 동안 상호주의 입장에서 호주법인에게는 지점세가 폐지되기를 갈망해왔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말 세법개정에서 호주법인들의 15년 숙원인 지점세는 폐지됐다. 그 뒤에는 안진회계법인이 있었다.

안진은 멤버펌 관계에 있는 딜로이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국제적인 기준과 사례들을 모아 상호주의 관점에서 호주법인들에 대한 지점세 과세는 부당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 지난해 말 세법개정이 이루어 지도록 기여했다.

최근 정부가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녹색산업과 관련해 태양전지 제조업에 대해서 '에너지절약시설투자세액공제'가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을 이룬 것도 안진의 공이 크다.

지난 2008년 11월까지만 해도 태양전지 제조업은 조세특례제한법의 에너지절약시설투자세액 공제 대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포함되지 않아, 정책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분야임에도 세액공제혜택을 받을 수 없던 상황.

태양전지연구조합으로부터 자문요청을 받은 안진은 태양전지 제조업이 태양광사업에서 핵심적인 산업임을 입증하는 자료는 물론 왜 이 분야에 세제혜택이 부여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자료를 충실히 준비했다.

안진의 노력은 정부의 공감을 얻어냈고 불과 한 달만에 법개정으로 이어졌다. 특히 법개정이 2008년 11월부터 추진됐는데도, 세액공제는 2008년 1월부터 소급해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혜택까지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 해외증시 상장비용 세법문제 깔끔 해결…기업 글로벌화 디딤돌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이 미국 증시 또는 기타 해외 증시에 상장을 많이 하면서 발생되었던 상장비용의 손금부인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한 것도 안진의 노력 덕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3년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 지주회사는 당시 회계수수료와 기타 경비 등 76억원에 상당하는 상장비용을 계열회사에 배분해 그 비용을 손금처리했는데, 계열사 세무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과세당국은 지주회사의 미국 증시 상장비용은 지주회사의 고유비용이며, 자회사의 수입과 전혀 관련이 없으므로 자회사에 배분될 성격이 아니라고 봤고, 이에 따라 계열사가 배분받아 손금에 산입한 지주회사 상장비용을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을 접한 안진은 공동비용의 대부분이 한국의 기업회계기준으로 작성된 지주회사 및 자회사들의 재무제표를 미국의 기업회계기준으로 변경하기 위한 회계관련 비용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2009년 조세심판원은 "지주회사가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의 공동의 필요성과 이익을 위해 추진한 것으로 보는 것이 경제적 실질에 보다 부합된다"고 판단했다.

조세심판원의 당시 결정은 이후 해외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상장비용 손금부인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한 것으로서 국내기업들의 글로벌화에 디딤돌을 놓은 사례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 전문가도 포기한 사건…"기존예규 바꿔 해결하다"

회사의 일부 사업부를 물적분할하여 자회사 B(비상장법인)를 설립한 A회사는 분할 직후 회사와 대주주가 자신들이 각각 보유하고 있던 A법인 주식과 B법인 주식을 교환했다.

이 회사는 주식교환 당시 분할신설법인인 B법인 주식의 가액을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가중평균하여 산정했는데, 분할된 사업부는 과거 경영성과가 좋지 않아 순손익가치가 순자산가치보다 상당히 낮게 나왔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은 분할 전 분할법인의 사업개시일을 분할신설법인의 사업개시일로 볼 수 없다는 기획재정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사업개시후 3년 미만의 법인은 순자산가치로만 평가하도록 한 세법을 적용, B법인 주식을 다시 평가했다.

이에 따라 A법인에게는 B법인 주식 저가양도에 따른 법인세 과세문제, 대주주에게는 B법인 주식 저가양수에 따른 증여세 과세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

사건을 처음 접했던 한 로펌은 "기존 해석으로 봤을 때 해결이 어렵다. 소송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다"고 도리질을 쳤지만, 안진의 생각은 달랐다.

안진이 주목한 부분은 주주의 입장에서 분할신설법인이 인적분할로 설립됐는지 물적분할로 설립됐는지에 따라 주식의 평가액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기존예규에 따라 과세가 이뤄지면 적절한 가격으로 이뤄진 거래도 부당행위로 간주돼 거액의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고, 분할이후 3년이 경과한 시점에 주가가 급격히 변동할 것을 가정하면 거래시기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는 것.

결국 안진은 "기존 유권해석은 공평과세와 조세중립성 등을 저해하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이론적 접근방법 뿐만 아니라 실제사례를 대입한 실증적 접근과, 나아가 향후의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설명하는 등 다각적이고 끈질긴 설득 끝에 새로운 유권해석을 얻어냈다.

이와 관련 안진은 "당시 기존의 유권해석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유권해석을 받은 것은 기존 해석의 부당성을 설득하기 위한 창의적인 논리개발과 끈질긴 노력으로 가능했다"며 "새 유권해석은 향후 납세자의 재산권 보호에 의미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