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용 삼성생명보험 부사장(사진 오른쪽)이 '국세 4000억원 탑(고액납세의 탑)'을 들어올리고 있다.
매년 3월3일 납세자의 날 최고 관심사항은 어떤 기업이 어떤 훈격의 상을 수상하느냐입니다. 훈·포장·표창 못지 않게 관심이 가는 부분은 납세자의 날 감초역할을 하는, '고액납세의 탑' 수상자 명단입니다.
고액납세의 탑 수상자를 보면 어떤 기업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훈·포장·표창과는 달리 고액납세의 탑은 많이 내면 '장땡'(?)입니다.
1000억원 이상 국세를 납부한 기업들에게 수여되는 고액납세의 탑은 지난 2004년에 처음 도입,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1조원 이상의 고액납세의 탑을 수상, 해당 기업의 '자존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포스코가 사상 처음으로 1조7000억원 탑을 수상하는 등 12개 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했다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죠.
그러나 올해는 고액납세의 탑 수상자는 양과 질 면에서 크게 모자란 모습입니다.
제45회 납세자의 날 고액납세의 탑을 수상한 기업은 삼성생명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SK네트웍스, 두산, NHN 등 5개 기업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삼성생명보험이 국세 4000억원 탑, 삼성화재해상보험은 국세 2000억원 탑을 받았고 SK네트웍스와 두산, NHN은 국세 1000억원 탑을 받았습니다.
수상대상 기업과 납부액수 면에서 고액납세의 탑 제도 도입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이유는 지난해 경제상황에서 일차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상황 악화로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 중 법인세 비중이 가장 큰 기업들 입장에서는 수익과 법인세가 정비례하므로 그 만큼 우수한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무조건 많은 세금을 냈다고 고액납세의 탑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제도적 측면의 이유도 있습니다.
1000억원 단위로 지급되는 고액납세의 탑은 지난해 3000억원 탑을 수상했다면 올해에는 무조건 4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납부해야 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꾸준히 일정 수준 이상의 세금을 내지 않고서는 수상이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위 잘 나가는 기업들도 1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매년 초과해 납부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이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고액납세의 탑 수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기업들이 많아 수상 기업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죠.
크지는 않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후문입니다. 고액납세의 탑 대상자로 선정이 되더라도 수상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액납세의 탑을 수상해도 특별하게 주어지는 혜택이 없다보니 선정이 되고도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귀띔입니다.
한편 올해 고액납세의 탑에는 사상 처음으로 IT기업인 NHN이 국세 1000억원 탑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습니다.
네이버와 한게임 등 인터넷 검색과 온라인게임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IT기반 기업인 NHN이 사상 처음으로 고액납세의 탑을 수상한 것은 IT업계를 이끌어 가는 리딩컴퍼니로서 관련 산업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