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불확실성 '또' 발목
"론스타 배만 불린다" 지적도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승인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를 연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의 원심을 깨고 유죄로 파기 환송시킨 데 따른 것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승인 심사에 앞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만큼, 법리해석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오는 16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와 론스타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병행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금융권 및 법조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복지부동'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국민은행과 HSBC 등이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맺었지만, 금융당국이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승인심사를 미루면서 결국 계약이 파기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 판결만 나오면 금융당국의 '몸사리기'가 재현되고 있다"며 "외환은행 매각 문제는 '선택'의 문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승인이든 불승인이든 조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문제는 금융지주사법 적용을,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은 은행법 적용을 받는 만큼 소관 법률이 다르다.
또, 만약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10%를 제외한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론은 같다. 다만 하나금융으로서는 비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해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법원 판결이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시킬 만한 사유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의 유죄 파기환송이 론스타의 유죄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직원의 법규위반이 고용주의 자동 처벌로 이어지는 양벌규정의 경우 수차례의 위헌 판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복지부동'이 론스타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맺은 계약서에 따르면 대금지급납입이 4월 이후로 미뤄질 경우 하나금융은 매달 329억원의 보상금을 론스타 측에 지급해야 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대금납입 지연의 귀책사유가 어느 쪽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현 시점에서 보상금 지급유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만약 보상금을 지급한 이후 계약이 무산된다면 보상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노조는 "그 동안 금융위원회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신청을 심사하면서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에 관해 분명하지 못한 태도를 취해 왔다"며 "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는 등 외환은행의 기업가치 훼손은 물론 임직원들 역시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