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출기업들의 한-EU FTA 특혜관세 적용에 필수조건인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원산지관리시스템 표준안을 마련하고, 인증기준을 보다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영훈 관세청 FTA종합대책단 관세행정관은 지난 12일 서울 논현동 서울본부세관에서 열린 한국관세포럼 춘계학술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FTA 원산지인증수출자 제도 운영실태와 향후 개선방안'이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최 행정관은 "한-EU FTA가 발효되는 7월 이전에 對EU수출기업들의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이 완료돼야 하지만, 표준 원산지관리시스템이 없고 심사기준도 까다로워 인증기업이 적은 실정"이라며 "원산지관리시스템 표준안 마련 및 인증기준 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EU FTA 발효 이후 EU국가에 건당 6000유로(약 915만원) 이상 수출하는 업체는 관세당국이 일정한 원산지증명 능력이 있다고 인정한 '원산지인증수출자'로 지정돼야 FTA 특혜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 행정관이 발표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실적을 기준으로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대상에 포함되는 8206개 업체 중 지난 1월말까지 단 476개(5.8%) 업체만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 확대가 시급한 실정이다.
최 행정관은 "수출업체는 원산지인증수출자로 인증 받기 위해 원재료구조, 원산지판정, 재료비산정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비해야 하지만 업체차원에서 준비하기란 어려운 현실"이라며 "정부차원의 원산지관리시스템 표준안 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관세청에서 개발해 수출기업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중소기업용 원산지관리시스템 FTA-PASS도 문제점을 보완해 기능을 개선해야 한다"며 "배포뿐만 아니라 수출업체들이 시스템을 실제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행정관은 "인증수출자 심사시 최근 2년간 관세법 위반행위가 없어야 하는 등 일정한 법규준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미래의 FTA 혜택까지 받지 못하게 하는 조치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만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업체들에게 최소한의 법규준수를 유도해 인증수출자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도한 인증기준은 수출업체의 해외진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을 확대하기 위해 법규준수 심사기준을 보다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박형래 강릉대학교 교수는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 이후 실제로 FTA 특혜관세 적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확한 품목분류"라며 "관세청은 한-EU 사이의 서로 다른 품목분류 체계를 분석하고, 수출업체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주호 청솔관세법인 대표 관세사는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도 시급하지만, FTA 발효 이후 진행될 상대국의 원산지검증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 이후 인증기업들의 원산지검증 리스크를 줄이는 사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