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정부가 오는 7월1일 한-EU FTA를 잠정 발효하기로 EU측과 합의한 것에 대해, 국회의 입법권과 국민 주권을 무시한 명백한 '위헌'행위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15일 "정부가 한-EU FTA에 대한 적법한 절차를 밟고자 했다면, EU측과 잠정발효를 합의하기 전에 국회에 상황을 보고하고 사전승인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며 "국회에 어떠한 보고나 동의도 구한 바 없는 한-EU FTA 잠정발효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외교통상부의 국회무시와 위헌행위는 FTA 협정문에도 뚜렷이 드러나 있다"며 "협정문에 따르면 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과 유럽 집행위원회 위원을 대표로 하는 무역위원회가 국회 의결도 없이 협정문·부속서 등을 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해놨다"고 밝혔다.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국제조약인 FTA 협정문의 개정은 국회 의결을 거쳐야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유럽 집행위원회와의 합의만으로 협정문을 개정한다는 것은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 동의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설명이다.
강 의원에 따르면 한-EU FTA 협정문은 대한민국 통상교섭본부장과 유럽 집행위원회 위원을 대표로 하는 무역위원회에 FTA 협정문에 대한 개정권한과 해석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협정의 부속서·부록·의정서·주석 등도 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그는 "국내법의 해석은 사법부의 권한으로서 협정문 해석에 이견이 있을 경우 사법부의 명확한 판결이 필요한 것"이라며 "양국간 무역위원회에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것은 입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 권한까지 떡 주무르듯 하겠다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국회는 외교통상부의 꼭두각시가 아니다"라며 "여당이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다고 마치 국회 비준동의 절차는 형식적으로 거쳐도 되는 양 치부하는 현 정부의 만행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EU FTA 비준여부를 논의하기 전에 국회의 입법권과 국민 주권을 침해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월권 행위는 엄중히 심판 받아야 한다"며 "한-EU FTA 협정문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명확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