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만족, 발로 뛰겠소." 요즘 한창 방송되고 있는 TV광고 문구입니다.
고객을 위해 말로만 떠들지 않고, 직접 뛰겠다는 의미인데요. 최근에는 국민들을 위해 발로 뛰기 시작한 공무원들도 적지 않습니다. '현장행정'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정부가 언제나 강조해 온 것이 '현장행정'이지만, 그동안 제대로 실천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대통령이 종종 새벽시장을 방문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고유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셀프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모습이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이런 모습들은 '현장행정'이 아닌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부를 수 있다는 양면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나 장관의 현장보다는 정책을 실질적으로 만들어 내고, 연구하는 사무관들이나 과장들의 현장일 것입니다.
지난 15일과 17일 잇따라 현장을 찾은 기획재정부 세제실 공무원들에게서는 그런 점에서 현장행정의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제실은 해마다 세제개편을 준비하면서 대한상공회의소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기업 단체들로부터 서면으로 건의사항을 제출 받아 왔는데, 올해부터는 직접 기업들을 찾아가서 현장의 목소리로 건의사항이나 애로사항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1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간이과세자 범위를 조정해 달라거나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면세범위를 넓혀달라는 등의 건의사항이 쏟아졌고, 17일 대한상의에서는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개선해 달라거나 세금계산서 교부절차를 바꿔달라는 등의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대부분 책상에 앉아서는 이해할 수 없는 고충들이었습니다.
세제실 직원들을 이끌고 현장을 다니고 있는 김낙회 조세정책관(국장)은 "역시 현장에 나와서 말씀을 듣는 것이 서면으로 받는 것과 느낌이 훨씬 다르다. 제가 사무관들을 (현장에) 함께 데리고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현장 방문의 성과가 적지 않음을 강조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조세정책을 고민하다 보면 큰 틀에서 보게되면서, 개별 산업별로 필요한 부분을 놓칠 수가 있는데 이러한 점을 개선하자는 것이 이번 현장방문의 취지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현장에는 김 국장 외에도 법인세제과, 조세특례제도과, 부가가치세제과 과장들과 사무관들이 함께 나와서 기업들의 의견 하나하나에 귀기울이며 평소 느낄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왜 이제서야 현장으로의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는지는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현장행정'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세법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당장 이들이 현장에서 답해줄 수 있는 것은 "검토해보겠다"는 수준이지만, 의미 있는 의견보따리를 한아름 안고 다시 책상에 앉을 그들은 분명 다른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