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주요7개국)이 18일 기록적인 엔고(高)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공조에 착수하면서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본 대지진 이후 대혼란에 빠졌던 국제금융시장이 즉각 진정세를 보이면서 차차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본 원전사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에 산재한 변수들이 재부각될 경우 다시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경제도 시장의 안정세가 이어질 경우 원·엔과 원·달러 환율의 동반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지만 예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또다른 충격과 함께 엔화값이 오르거나 물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록적 엔고 끝에 나온 G7 공조 합의
일본 대지진은 엔고(高) 쓰나미도 몰고 왔다.
국제금융시장에 중동·북아프리카 변수가 여전한 가운데 대지진, 쓰나미, 원전사태 등에 따른 후폭풍이 배경이 됐지만, 애초 전망을 벗어난 수준이었다.
일본은행이 연일 대규모 단기 유동성을 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엔화 가치는 거침없이 올랐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뉴욕의 전자거래시스템(EBS)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76.25엔을 기록한 바 있다.
제로금리인 일본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해놓았던 180조엔 안팎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복구자금 수요로 일본으로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제기된데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투기세력도 가세했다는 관측이다.
일본 금융시장이 가장 큰 진폭을 보였지만 국제금융시장의 긴장감은 극도에 달했다. 서울 외환시장도 2차대전 후 엔화 가치가 최고점을 찍은 17일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1,140원대로 올라섰다가 1,135.30원에 마감했다.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1,432.92원으로 2010년 8월31일(1,423.4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결국 G7이 나섰다. 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은 18일 긴급 화상회동을 통해 "일본 측 요청에 따라 미국, 영국, 캐나다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일본은행과 외환시장에 18일 공조해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외환시장 추이를 계속 주시해 협력하겠다는 방침도 강조했다.
◇시장안정에 호재..불확실성은 여전
정부와 시장은 이날 G7의 공동대응 방침이 일본 대지진과 원전 불안에서 촉발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며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본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세계경제의 불안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G7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진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사태 이후 가격의 방향성도 혼란스럽지만, 변동성 억제가 더 큰 화두가 되고 있다"며 "세계경제가 정책공조를 통해 변동성 억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G7의 공동성명 이후 엔·달러 환율이 올라가고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등 외환시장도 안정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데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중동 정정불안, 이상기후 등에 따른 물가 상승 억제가 정부 정책의 최대 관심사로 등장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빠른 속도로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G7의 공동대응이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도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엔화 가치가 급락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95년 일본 한신 대지진 때도 엔고 현상이 단기에 그쳤던 경험이 있다.
특히 앞으로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원전 사태의 전개 양상이라는 점에도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유럽 재정위기, 중동 정정불안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창목 수석연구원은 "일본 대지진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해 현 단계에서 판단하긴 쉽지 않다"며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수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