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 우롱한 최시중 '인사청문회'

"근거 없는 이야기를 퍼뜨린 것 아닌가. 그런 식으로 질문하지 마라."
 

"한꺼번에 물으면 답변을 못한다. 민주당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지난 1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놀라운 것은 이 발언들이 최 후보자가 아닌 최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할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는 사실이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민 대표 기관인 국회를 통해 검증하도록 하는 제도.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를 검증하는 대신 최 후보자를 꽁꽁 감싸주면서 야당 의원들에게 '칼날'을 겨누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연출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 내내 최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살피기보다 그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혹들을 축소하고 두둔하는 데만 급급했다.
 
야당의 공세를 받고 울먹이는 최 후보자에게 "살다보면 챙기지 못하고 실수하는 것도 있다"(한선교 의원)거나 "지난 청문회 때 답변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해할 것"(조진형 의원)이라며 다독인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사실 한나라당은 이번 청문회 증인 채택에서부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 후보자가 지난 3년 동안 방통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정책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야당이 채택을 추진했던 증인들조차 부르지 못하도록 막았다.
 

아울러 방통위가 최 후보자를 위한 방어자료를 만들고, 이를 청문회전에 여당 의원들하고만 공유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여당 측에서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애초부터 최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지가 털끝만큼도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여당 의원들 입장에서 현직 대통령의 '멘토'이자 권력서열 3위로 불리는 최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의 '흠결'을 들춰내 공세적 자세를 취하는 것 자체가 정권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인사청문회의 취지까지 훼손해가며 국민을 우롱하는, 맥 빠진 청문회를 주도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국민들이 만들어준 신성한 지위에 맞는 본분을 잊은 그들에게 살아있는 권력만 무섭고 국민들의 눈과 귀는 두렵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