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개정 전 연체이자도 반환"…보험업계 '난색'
지난해 10월부터 보험약관대출에는 연체이자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그 이전 대출에도 이를 적용해야한다는 조정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개정 전 약관대출에 대한 연체이자를 반환해달라는 계약자들의 요구가 늘어날 전망이다.
충남 아산시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K생명보험사에서 받은 약관대출금 8800여만원에 대해 보험사가 대출이자 연체를 이유로 19%의 높은 이율을 적용한 300여만원의 연체이자를 부과하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의 해약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보험회사가 정한 방법에 따라 대출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사가 약관대출자에게 연체이자를 청구하는 것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무효라고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보험약관 대출금이 해약환급금이나 보험금의 선급금 성격을 갖고 있고 대출채권 확보수단이 명확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소비자원 측은 "이번 결정은 사실상 대출이 아닌데도 대출이라는 명목으로 보험사가 정상이자(5.9%) 보다 높은 연체이자를 수령한 잘못된 관행을 지적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 앞선 지난 2007년 9월 28일 대법원에서도 보험약관에 따른 대출은 보험회사가 장차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을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과 같은 성격이라고 보아 소비대차로서의 성격을 갖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25일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하고 지난해 10월 1일부터 약관대출의 연체이자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개선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번 소비자원의 조정 결정에 따라 세칙개정 전에 약관 대출을 받고 연체이자를 납입했던 소비자들의 반환청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원 분쟁조정사무국 정혜운 변호사 "조정결정을 내린만큼 위원회의 역할은 끝나고 공은 당사자에게 넘어간 것"이라며 "보험사는 15일 이내에 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일지 판단해야 한다. 이의가 없으면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해 반환해야하고 그렇지 않고 거부하면 조정신청자의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생명보험사는 "세칙 개정 이전에 연체이자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한 약정사항"이라며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에 따라 2010년 10월 1일부터는 연체이자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보험약관대출금에 연체이자를 적용하던 2010년 9월 기준, 연체된 보험약관 대출금은 1조 5072억원에 이르렀다. 이 중 생명보험업계의 약관대출금이 1조 3812억원을 차지, 이번 조정결정에 대한 파장의 대부분은 생명보험업계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