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추진 및 내부갈등 최소화
부실채권 감축, 1인당 생산성 제고
지난달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성공에 이어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이순우 수석부행장이 확정됐다.
이들 CEO들은 글로벌 금융사로의 장기플랜을 내세웠지만, 회장과 행장 선임과정에서의 안팎의 잡음 해소와 코 앞에 닥쳐 있는 민영화를 대비한 '체력 단련'은 '이팔성-이순우號'의 시급한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 '태생적' 한계 = 이순우 수석부행장의 선임 배경은 누구보다 우리은행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오종남 우리금융 회장추천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및 이팔성 회장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평가가 가장 우선시 됐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행추위를 이끈 이 회장도 "저와 손발이 잘 맞는 행장들을 선임했다"며 "이번 행장 선임을 계기로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광주·경남은행장과 함께 재무적 목표달성은 물론, 글로벌 금융사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는 금융그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우리금융 및 자회사 CEO선임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우리금융 회장 및 자회사 행장 선임과정에서 적잖은 잡음은 우리금융의 '태생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의 경우 지난달 연임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강만수 현 산업은행장과 막판 경합을 벌여야 했으며, 이순우 행장 내정자 역시 발표가 늦어지면서 인사파행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더구나 이번 우리은행장 공모의 경우 지난 2001년 지주사 출범 이후 최초로 회장이 행추위를 직접 이끌었다는 점에서 행추위 구성이 요식절차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우리금융 자회사 행장 선임에 이 회장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된 만큼 과거와 달리 회장-행장간 불협화음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나온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 이팔성-이종휘 체제의 경우 내부출신 CEO라는 점에서 이전 경영진에 비해 갈등이 덜했던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몇년새 회장의 권한이 크게 강화되는 과정에서 묘한 신경전이 불거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이 그간 수차례 연임의지를 밝혀왔음에도 불구하고 행장 공모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 회장과의 미묘한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민영화, 건전성, 갈등(?)봉합 = 우리금융 차기 경영진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민영화 추진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이 정부 소유 금융사라는 점에서 우리금융 자력으로 민영화를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뒤따른다.
정부를 상대로 한 이팔성 회장과 이순우 행장의 중간 조율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최근 강만수 산업은행장 취임을 계기로 우리금융과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을 합친 '메가뱅크' 시나리오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은 '독자생존'을 원하는 우리금융으로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이순우 행장 내정자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은행은 우리금융 최대 계열사라는 점에서 민영화의 최전방에서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주사에서 큰 방향은 제시하겠지만 우리은행이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촉발된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간 갈등 봉합 역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과정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펼쳤던 다섯명 가운데 윤상구·정현진·김희태 등 세명은 옛 한일은행 출신이다.
이팔성 회장이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수석부행장이 선임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향후 한일은행 출신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격적인 민영화 추진에 앞서 부실저축은행 인수 등 '덩치 부풀리기'보다 '체력 강화'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우리은행의 지난해말 총자산은 240조원으로 국민은행(271조원), 신한은행(234조원), 하나+외환(269조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지난해 1인당 생산성은 8000만원으로 1억8000만원인 기업은행의 절반에도 못미쳤으며 경쟁사인 신한은행(1억5400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향후 금융불안 등 실적악화에 대한 완충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무수익여신(NPL)커버리지 비율의 경우 70%를 하회하는 등 여타 경쟁사 대비 30%p 이상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회장도 향후 우리금융지주의 핵심 과제로 민영화 및 부실채권(NPL) 감축을 꼽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