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식량지원 기준, 정치와는 관련 없다"
'유엔 보고서' 내용평가 후 한미 간 조율
북한의 식량부족 사태에 대한 유엔의 3개 기구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가 나옴에 따라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내부 검토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세계식량프로그램(WFP) 등 국제기구의 평가 결과를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미국의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일단 600만명에 대한 43만t의 식량지원을 권고한 유엔 보고서에 대한 한.미 양국 정부의 자체적인 평가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의 보고서대로 긴급한 지원 필요성은 있는지, 있다면 규모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등에 대해 각자 여러 자료 등을 활용해 `검증'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유엔의 보고서 발표가 공식적으로는 25일에 있을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 같은 평가 작업은 내주 중에나 착수될 전망이다.
유엔의 보고서 발표로 대북식량 지원 문제는 다음 수순으로 진행되게 됐지만, 관계기관 간 협의와 내부 조율 등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입장이 바로 정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4일 "당장은 미국의 입장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면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은 돼야 최종적인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상태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인도주의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는 분리하겠다면서 대북 식량지원을 강하게 시사해 왔다. 또 지원 방침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으며, 문제는 양과 시기라는 관측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식량 지원 문제와 관련, "식량지원의 기준은 정치와는 관련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당장 의회 내에서는 공화당 강경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북식량 지원에 반대하는 기류가 존재한다. 일리애나 로스-레티넨 하원 외교위원장은 식량을 지원할 경우 내년 김일성 출생 100주년 기념 생일 행사용으로 전용될 위험이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의회 내 반대기류가 행정부의 운신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 물론 식량지원에 대한 지지도 적지 않다. 당장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24일 지원식량의 엄격한 분배 모니터링 실시를 전제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내부적으로 유엔 보고서에 대한 평가작업을 끝낸 뒤 한국 정부와도 긴밀한 조율작업을 벌일 전망이다. 이미 양국 정부 간에는 이 문제와 관련해 거의 매일 같은 물밑 협의가 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식량사정을 분석한 유엔 보고서 내용에 대한 평가결과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중단된 대북식량 지원을 미국이 2년 만에 재개하면 북미관계에는 `훈풍'이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이 기대했던 것보다 지원되는 식량의 규모가 작을 때는 분위기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