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정부가 이 달 말로 예정돼 있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부활에 대비해 '취득세 감세'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못해 역효과를 내고 있다.
취득세수 펑크를 우려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반기를 들고나섰고, 시장에서는 세금을 언제부터 깎아주는 거냐며 세금을 깎아줄 때까지 집을 사지 않겠다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와 전국의 지방자지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지방세수 보전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던져 놓은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이라는 거창하고 어색한 이름의 정책이 '이름값'을 못하게 된 것은 분명해졌다.
정부가 내 놓은 이번 대책은 이름만큼 내용도 어색하다.
DTI는 늘어나는 가계빚을 잡기 위해 대출을 규제하는 정책인데 뜬금없이 취득세의 감면과 세트로 묶여 하나의 정책으로 발표가 됐다.
DTI 규제는 대출을 억제하기 때문에 주택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는데 주택거래 활성화 정책에 포함됐고, 덕분에 주택시장이 얼어 붙을까봐 이를 억지로 상쇄시키기 위해 기형적으로 세금정책을 끼워넣은 것으로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지극히 정치적으로 세금이 이용된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세금정책은 특정 정책에 대한 반발을 없애기 위해 많이 사용돼 왔다. 불만이 있으면 세금을 좀 깎아주면 된다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이 그 근원이다.
이번에도 당정 논의과정에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의 완전철폐라는 카드까지 정책당국자의 입에 오르내렸다고 한다.
다행히 양도소득세는 이미 다주택자에게 까지 중과세를 하지 않고 일반과세를 하고 있는 터라 더 손댈 여지도 없으니 비교적 세수 영향도 적으면서 국민들이 '뉴스'로 받아들이기에는 파괴력이 제법 괜찮은(?) '취득세 감면'를 가져다 붙인 것이다.
그런데 그 파괴력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문제다.
정부는 지방세수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는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한번의 상의도 하지 않았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알만한 대목이다.
또 정부는 취득세 감면을 언제부터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정해서 발표하지 않았다. 법개정 공포시부터인지, 정책발표시점인지 언제 깎아줄지도 모르는 세금 때문에 주택시장이 오히려 얼어붙게 될 판이다.
정책발표시부터 소급적용할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이 나왔지만, 이것 또한 근본적으로는 법을 개정하는 국회에 달려 있어서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특히 취득세는 지난해말까지 50% 인하됐다가 올해부터 원상복구된 상황이어서 불과 3개월만에 다시 50%를 인하하도록 정책이 바뀌는 혼란이 발생하게 됐다.
정부 정책만 믿고 올해 초에 집을 산 사람들은 세금을 더냈기 때문에 조세형평에 어긋난다며 1월부터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발표 하나만으로 그야말로 혼란과 혼돈을 겪고 있다.
나라의 정책을 비판하는 사자성어 중에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말도 있고, '조변석개'(朝變夕改)라는 말도 있다.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는 것도 문제이지만 세금 정책을 수시로 바꾸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점을 느끼게 해주는 요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