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납세자에게 제대로 보내진 것만 확인된다면 끝까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는 것입니다. 10년이 지나도 세금독촉장이 가진 효력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있어 소개해 볼까 합니다.
□ "받은 기억 없다" vs "반송되지 않았다" = 납세자 A씨는 2010년 6월경, 국세청으로부터 예금통장 압류처분을 받았습니다. 뜬금 없는 압류처분을 받은 이유는 A씨의 기억에서는 한참 전에 지워진 10년전의 세금독촉장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001년 10월경 국세청은 A씨에게 종합소득세 1090만원이 적힌 세금고지서를 보냈지만, A씨는 기한 내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습니다. 국세청은 한 달 뒤인 2001년 11월, 납세고지서를 발부했던 A씨의 주소지에 등기우편으로 '독촉장'을 보냈지만 '묵묵부답'.
시간이 흘러 어느덧 10년이 지났고 지난해 6월, A씨는 2001년 독촉고지가 됐던 그 세금고지서 때문에 본인 명의의 은행계좌 예금이 국세청으로부터 압류 당한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한 세금독촉장 때문에 예금통장 압류를 당한 A씨는 "독촉장을 받은 적이 없다. 압류처분을 해제해 달라"며 국세청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 내 머릿속에 지우개(?) = 특이한 점은 실제로 국세청이 A씨에게 압류처분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 2004년 국세청은 이 고지서를 근거로 A씨 명의의 생명보험, 화재보험, 예금계좌 등을 압류한 바 있었습니다.
더구나 문제는 A씨가 이 당시에 '이의제기' 조차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독촉장의 존재여부를 몰라 단순히 과세당국의 처분에 침묵했다고 보기엔 압류처분의 강도가 비교적 높아 보이는데도 말이죠.
A씨의 주장대로 본인에게 독촉장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던 것인지, 고의적으로 세금을 체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점은 국세청의 압류처분의 정당성이 A씨의 기억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 국세청, "반송되지 않은 독촉장은 적법·유효하다" = A씨의 심사청구와 관련, 최근 국세청은 "반송되지 않은 독촉장은 납세자가 실제로 받아보지 않았더라도 '적법'하게 송달된 것이며, 그 효력 또한 유효하다"고 결정했습니다.
체납된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압류를 풀어줄 수 없다고 못 박은 셈.
국세청이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밝히는 데는 대법원 판례도 이 같은 고지서 통지처분의 효력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2년 대법원은 "우편물이 등기취급의 방법으로 발송된 경우에는 반송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무렵 수취인에게 배달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등기우편으로 보낸 세금독촉장이 '반송'되지 않았다면, 실제로 납세자가 받아보지 못했다고 주장해도 법률적으론 납세자에게 분명히 전달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죠.
납세자의 기억보다는 송달된 우편물의 '반송 여부'가 과세결정, 나아가 이에 근거한 압류조치 등의 타당성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A씨의 사례와 같이 나중에라도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납세자들도 본인에게 등기우편으로 각종 세금독촉장이 왔는지, 왔다면 혹시 반송되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세금독촉장을 받기 전 미리 세금을 다 내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말입니다.
[참고심판례: 심사기타 2010-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