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동 국세청장이 한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유럽연합(EU) 기업인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국세청장은 앞으로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자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국계 기업의 법인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전체 법인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점 등 특수성을 감안, 수시로 이들과 만나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노력을 하겠다는 것.
이현동 청장은 30일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장마리 위르띠제 유럽상공회의소(EUCCK) 회장 등 유럽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이 청장의 국세청장 취임 후 첫 번째 외국계기업 관계자들과의 만남으로 100여명이 넘는 EUCCK 회원이 참석했다.
이 국세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6%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데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 외국인 직접투자 128억 달러가 큰 몫을 했다"며 "외국계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법인 수에도 불구하고 전체 법인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한 수준으로 우리나라 재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외국계기업에 대해서는 그 특수성을 감안해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많이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기업이 가장 염려하는 세무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최근 도입한 세법해석사전답변제도나 수평적성실납세제도를 EU기업인들에게 소개하고 외국인투자자들이 많이 활용해 줄 것 등도 당부했다.
질의 응답에서 유럽 기업인들은 과소자본세제 차입금 기준, 2010년 귀속 외국인근로자 총급여 30% 비과세 특례 폐지, 잦은 세법 변경으로 인한 예측가능성 저하 문제 해결 방안 등을 이 국세청장에게 건의했다.
특히 과소자본세제 차입금의 범위에 지급보증에 의한 차입금이 포함되는 것을 유럽의 기준과 일치시켜 달라고 건의했다.
과소자본세제는 특수관계가 있는 기업 간에 일정규모 이상의 차입금이자를 지급하는 경우 이를 배당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제도.
이에 대해 이 국세청장은 "과소자본의 기준비율, 특수관계자의 범위 뿐만 아니라 적용되는 차입금 범위도 나라별로 다르다"며 "직접차입금만 과소자본세제 적용대상으로 할 경우 동일한 실질을 가진 지급보증차입금을 통한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의 연말정산 관련 질문도 이어졌다.
즉 2010년 귀속부터 외국인에 대해 총급여의 30% 비과세 특례가 폐지된 것에 대해 국세청장의 의견을 물었다. 이 국세청장은 외국인 근로자의 세금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내국인 근로자와의 과세형평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잦은 세법 변경이 외국인 투자자의 예측가능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국세청장은 이에 대해 신속한 질의회신 및 개정세법 홍보로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2009년 기준 전체 신고외국계 법인은 8951개로 전체 법인의 2.1%에 불과하지만 신고법인세액은 13조5000억원(1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EU는 우리 나라에 대한 제1의 직접 투자국이며, 우리 나라와의 교역규모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인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이다.
